거래 시작
일주일 후, 도현이 문자를 보냈다.
“오늘 오후 시간 돼?”
“네.”
“집 보러 가자.”
우리는 만났다.
역삼역 근처 부동산 앞에서.
도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왔어?”
“네.”
“들어가자.”
부동산 사무실. 중개인이 우리를 봤다.
“안녕하세요. 예약하신 분이시죠?”
“네.”
도현이 대답했다.
“딸 집 보러 왔어요.”
중개인은 나를 봤다.
“아, 따님이시구나. 대학생이세요?”
“직장인이에요.”
내가 대답했다.
“아, 그러시구나. 이쪽으로 오세요.”
첫 번째 집.
역삼동 원룸. 깨끗했다.
“어때?”
도현이 물었다.
“좋아요.”
“발코니 있네.”
도현이 창문을 열었다.
“환기 잘 되겠어.”
중개인이 설명했다.
“신축이라 컨디션 좋아요. 보일러도 새 거고.”
“보증금은?”
도현이 물었다.
“3천에 월세 150이요.”
“비싸네.”
“역 가까워서요.”
도현은 방을 둘러봤다.
나도 같이 봤다.
이 집에서 도현을 만나는 거구나.
일주일에 세 번.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두 번째 집.
서초동 오피스텔.
더 넓었다. 20평쯤 됐다.
“와, 넓네요.”
내가 말했다.
“침실이 따로 있어요.”
중개인이 말했다.
“주방도 독립형이고요.”
도현은 침실로 갔다.
침대 자리를 봤다.
“킹 침대 들어가겠네.”
“네. 충분해요.”
중개인이 대답했다.
도현은 나를 봤다.
“어때? 여기 마음에 들어?”
“좋아요.”
“보증금은?”
도현이 물었다.
“5천에 월세 200이요.”
“비싸네.”
“오피스텔이라서요. 관리도 잘 되고, 보안도 좋아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안이 중요하지.”
세 번째 집.
논현동 빌라 2층.
조용했다.
“여기는 좀 외진데요.”
중개인이 말했다.
“대신 조용해요. 주변에 빌라들뿐이고.”
도현이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 눈에 안 띄겠네.”
“네. 프라이버시는 최고예요.”
방은 괜찮았다. 깨끗하진 않았지만, 넓었다.
“리모델링하면 괜찮겠는데.”
도현이 말했다.
“보증금은?”
“2천에 월세 120이요.”
“이게 제일 싸네.”
“네. 빌라라서요.”
도현은 나를 봤다.
“어때?”
“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좀 어두운 것 같아요.”
“그치?”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패스.”
우리는 두 번째 집으로 돌아왔다.
서초동 오피스텔.
“여기로 할까?”
도현이 물었다.
“네. 여기 좋아요.”
“확실해?”
“네.”
도현은 중개인에게 말했다.
“여기로 할게요.”
“아, 네! 좋은 선택이세요.”
“계약금 언제 내면 돼요?”
“오늘 바로 가능하신가요?”
“네.”
도현은 지갑을 꺼냈다.
카드를 꺼내려다가,
멈췄다.
“현금으로 할게요.”
“아, 네. 괜찮으세요.”
도현은 나를 봤다.
“은서야, 잠깐 나가 있어.”
“네?”
“밖에서 기다려.”
나는 이해했다.
카드 내역 남기면 안 되니까.
“네.”
나는 밖으로 나갔다.
15분 후.
도현이 나왔다.
“됐어.”
“계약했어요?”
“응. 다음 주부터 들어갈 수 있대.”
“빨리 되네요.”
“보증금 현금으로 주니까 좋아하더라.”
도현이 웃었다.
“다들 현금 좋아해.”
우리는 걸었다.
오피스텔 주변을.
“여기 괜찮네.”
도현이 말했다.
“조용하고. 역도 가깝고.”
“네.”
“마트도 저기 있고.”
“네.”
도현은 내 손을 잡았다.
“여기서 너 만날 거야.”
“네.”
“일주일에 세 번.”
“네.”
“기대돼.”
도현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집을 얻었다.
도현이 돈을 냈다.
내 명의로.
이게 뭐지.
카페에 앉았다.
오피스텔 근처 카페.
“가구는 뭐 필요해?”
도현이 물었다.
“침대, 소파, 식탁… 기본적인 거요.”
“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에어컨은 있대. 나머지는 사야겠네.”
도현은 핸드폰을 꺼냈다.
“얼마나 들까.”
“제가 알아볼게요.”
“아니야. 내가 살게.”
“도현 씨가요?”
“응. 당연하지.”
도현이 말했다.
“내가 쓸 집인데.”
나는 그를 봤다.
“도현 씨 집이에요?”
“우리 집이지.”
도현이 웃었다.
“너 명의지만, 우리가 쓸 거니까.”
일주일 후.
집이 준비됐다.
침대, 소파, 식탁, 냉장고, 세탁기.
도현이 다 샀다.
“와봐.”
도현이 문자를 보냈다.
나는 갔다.
새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도현 씨?”
“응. 여기.”
도현은 침실에 있었다.
침대에 앉아서.
“어때?”
그가 물었다.
“좋아요.”
나는 둘러봤다.
깨끗했다. 새 가구들. 새 냄새.
“침대 괜찮아?”
“네. 좋아요.”
“누워봐.”
나는 침대에 누웠다.
도현도 옆에 누웠다.
“편해?”
“네.”
우리는 천장을 봤다.
“여기서 너 만날 거야.”
도현이 말했다.
“일주일에 세 번.”
“네.”
“기대돼.”
도현이 나를 봤다.
“너는?”
“저도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기대돼요.”
도현이 일어나서 봉투를 꺼냈다.
“이거.”
“뭐예요?”
“열어봐.”
나는 봉투를 열었다.
현금.
“500.”
도현이 말했다.
“이번 달 거.”
나는 돈을 봤다.
500만 원.
처음 받는.
“다음 달부터는 이체할게.”
“이체요?”
“응. 네 통장으로.”
도현이 말했다.
“매달 1일에.”
“네.”
나는 돈을 만졌다.
묵직했다.
“은서야.”
도현이 말했다.
“응.”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안 해요.”
“진심이야?”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지 않아요.”
“좋아.”
도현이 웃었다.
우리는 침대에 누웠다.
빨갛게 벗고.
첫 번째 집. 첫 번째 밤.
도현이 나를 안았다.
“좋네.”
“뭐가요?”
“우리만의 공간.”
도현이 말했다.
“호텔 아니고, 누가 볼까봐 조마조마하지 않고.”
“네.”
“그냥 우리.”
“네. 우리.”
도현은 나를 꽉 안았다.
“은서야.”
“응.”
“사랑해.”
“저도요.”
“많이?”
“많이요.”
우리는 섹스했다.
새 집에서.
새 침대에서.
끝나고,
우리는 누워 있었다.
“배고파?”
도현이 물었다.
“조금.”
“뭐 먹고 싶어?”
“아무거나요.”
도현은 핸드폰을 꺼냈다.
“샐러드 어때?”
“좋아요.”
“지현이가 즐겨 먹는 데가 있어.”
도현이 말했다.
“거기 샐러드 맛있어.”
나는 그를 봤다.
“따님이요?”
“응. 미국에서 올 때마다 거기서 시켜 먹어.”
도현은 주문했다.
“여기 주소로 되나?”
“될 거예요.”
“좋아. 이제 여기서 편하게 먹을 수 있겠다.”
샐러드가 왔다.
연어, 아보카도, 퀴노아.
우리는 소파에 앉아 먹었다.
가운만 입고.
“맛있네.”
도현이 말했다.
“네. 신선해요.”
“지현이는 이거 좋아해. 건강하다고.”
도현이 포크로 연어를 찍으며 말했다.
“가끔 같이 먹었어. 한국 왔을 때.”
나는 샐러드를 먹으며 생각했다.
지현.
도현의 딸.
스물둘.
내 나이와 열두 살 차이.
그 딸이 즐겨 먹는 샐러드를
나는 지금 도현과 먹고 있다.
도현이 마련한 집에서.
“왜 안 먹어?”
도현이 물었다.
“아니에요. 먹어요.”
나는 다시 포크를 들었다.
“맛있어?”
“네. 맛있어요.”
도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여기 괜찮지. 다음에도 여기서 시키자.”
“네.”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냉장고에서 꺼낸.
“여기 냉장고에 뭐 채워놓을까?”
도현이 물었다.
“맥주, 와인, 과일…”
“좋아. 다음에 사올게.”
“제가 살게요.”
“아니야. 내가.”
도현이 말했다.
“나도 먹을 건데.”
밤이 깊었다.
도현이 일어났다.
“가봐야 돼.”
“벌써요?”
“응. 열한 시 넘으면 안 돼.”
도현은 옷을 입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봤다.
“언제 또 와요?”
“목요일.”
“목요일이요?”
“응. 모레.”
도현이 넥타이를 맸다.
“6시에 올게.”
“알겠어요.”
도현은 침대로 와서 나를 안았다.
“잘 자.”
“도현 씨도요.”
“여기 혼자 있어도 괜찮아?”
“괜찮아요.”
“무서우면 너네 집 가.”
“네.”
도현은 입을 맞췄다.
“사랑해.”
“저도요.”
도현이 나갔다.
문 닫는 소리.
나는 혼자 남았다.
새 집.
새 침대.
새 소파.
나는 일어나서 집을 둘러봤다.
거실. 주방. 침실. 화장실.
다 새것.
다 도현이 산 것.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맥주가 남아 있었다.
한 캔 꺼내서 마셨다.
식탁에 샐러드 용기가 놓여 있었다.
**지현이가 즐겨 먹는 샐러드.**
나는 그 용기를 봤다.
소파에 앉았다.
창밖을 봤다.
서울 야경.
**이게 내 집인가.**
아니.
**우리 집인가.**
아니.
**도현의 집인가.**
잘 모르겠다.
나는 핸드폰을 봤다.
도현에게서 문자가 왔다.
“집 들어갔어.”
“네.”
“오늘 좋았어.”
“저도요.”
“목요일에 봐.”
“네.”
“사랑해.”
나는 맥주를 마셨다.
사랑해.
500만 원.
일주일에 세 번.
딸이 즐겨 먹는 샐러드.
이게 사랑인가.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그래.
이게 사랑이야.
도현과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