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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Jan 20. 2022

나의 영원한 슬픔에게

너를 잃었을 때 깊은 바다에 천천히 내려앉아 몸이 흘러가는 대로, 가라앉는 대로 나를 내버려두고 싶었다.


그러다 암초를 만날 땐 내 살점이 떨어져나가 잘게 부서지기도 하고, 날 필요로 하는 물고기를 만날 땐 내 손가락 끝을 뜯어 먹게 내버려두기도 하고.


나는 어쩌면, 평생, 이렇게, 종종, 나를 방치할 지도 모르겠다. 닿을 수 없는 바다의 끝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가닿을 수 없는 너에게 흘러간다. 고통스럽게 너의 끝을 생각하면서.


너는, 슬픔은 이렇게 불현듯 덜컥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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