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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Feb 04. 2017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에세이

 옆집 할머니가 지나가다가 한마디씩 툭 던지는 듯한 느낌의 에세이다.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만큼 총 154개의 에세이들이 시처럼 짤막하고 간단하게 모여있다. 하지만, 그 짦은 글의 문장 문장마다 삶으로부터 새겨진 상흔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소노 아야코의 삶의 곡선이 완만하지는 않으나, 위인전처럼 엄청 장황하게 자신의 삶을 회고하듯이 적지는 않는다. 그저 덤덤하고 담백하게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들만 배열해놓는다. 그 감정들은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독자들에게 가볍게 얘기하며 자신만의 삶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전반적으로, 책 제목처럼 작가는 자신의 삶과 독자들의 삶의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독자들에게 삶의 교훈을 준답시고 가르쳐들려고 하지도 않고 간섭하려 하지 않는 모습에서 작가의 소소한 배려가 엿보인다.


 작가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으로부터 얻은 영감과 감정들을 얘기할뿐이다. 책 크기도 작아서 한 손으로 잡고,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릴 때마다 잠깐 잠깐 읽기에 아주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황한 에세이보다 이렇게 작고 가볍고, 무덤덤해보이는 에세이가 더 와닿는다.

삶은 그저 내 눈 앞에 놓인 상황들을 대하는 생활들의 연속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연속선 상에 놓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 선은 각각의 점들로 이루어져있음을 안다.



 이번년도에 들어서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하루에 한문장이라도 좋으니 다른 사람의 언어로 된 문장을 읽는 것이다. 항상 나만의 언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타인의 언어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다른 이들의 언어가 궁금한 사람이거나 그래도 조금은 지친 삶의 위로가 되어줄 한 글귀를 찾고 있다면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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