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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Feb 22. 2017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전시회 리뷰

무지개 집합

덧없는 것들로부터 오는 새로운 가능성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 리움미술관, 기획전시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가 26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문화가 있는 날' + 대학생 할인까지 해서 2천원에 아주 생생한 관람을 하고 오는 길이다. 


 올라퍼 엘리아슨이라는 덴마크 출신의 예술가가 기획한 것이다. 전시회장과 연관이 없을 법한 요소들, 이를 테면 이끼나 환풍기, 유리구슬 등을 일부러 배치함으로써 기분좋은 불편함을 준다. 이 불편함은 곧 일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빛과 색, 물, 돌과 같은 덧없는 것들을 놓음으로써 그것들이 놓인 장소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보다 깊은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동일성>과 <무지개 집합>이다.

전자는 위,아래로 흔들리는 빛과 그 빛에 반사된 그림자의 무작위성 때문에, 후자는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각들이 동시적으로 존재함 때문에 색다르게 다가왔다.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동일성>를 보고 있자면 나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나를 비추는 빛이 달라짐에 따라서 나도 모르게 내 그림자는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내 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나타내는 것 같다. 


 <무지개 집합>은 보는 각도와 높이 등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그 안의 사람들조차 다르게 보인다. 무지개 밖에서 볼 때는 사람들의 옷 색감이 그대로  잘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모든 사람들이 무채색으로 보인다. 내가 본 것 중 어떤 것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건지에 대한 오묘한 혼란스러움을 준다. 

무지개 안은 아웅다웅 사는 세상 속이다. 한 발자국 멀리 떨어진 무지개 바깥에서 바라보는 세상과는 또 다르다. 살아가면서 먼 발치 떨어져서 볼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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