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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Mar 03. 2017

남자충동

연극 리뷰

 폭력의 불편한 맨얼굴을 마주하다


 SYNOPSIS _ 주인공 장정은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처럼 조직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노름에 빠진 아버지 이씨는 노름을 말리려는 어머니 박씨에게 가정 폭력을 일삼는다. 폭력에 시달리던 박씨는 외출복차림으로 나타나 장정에게 집안 남자들에 대한 불만과 이혼을 말하고, 장정은 이 모든 것이 약한 아버지 탓으로 여겨 강한 패밀리를 만들기 위한 행동을 결심한다. 자폐가 있는 동생 달래는 재즈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지만 장정이 들이닥쳐 행패를 부리고 유정을 심하게 질책한다. 유정은 주눅들고, 수컷들의 싸움판에 환멸을 느끼고 차라리 여성으로 살기를 원하는 여장남자 단단은 약한 것도 아름답다고 유정을 위로한다. 한편 집에서는 복면 쓴 자가 들이닥쳐 노름빚을 달라며 이씨의 양손을 자르는데... 손이 잘려 자리에 누운 이씨를 비롯하여 전 가족이 모인 가운데 박씨는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이씨는 손을 자른 자가 장정이라며 경찰서로 달려가고, 장정은 차분하고 계산된 행동으로 팔득을 습격한 후 승리를 자축하며 확고한 보스로 자리한다.


 끊임없이 둥둥대는 베이스기타의 리듬은 끊임없이 심장을 둥둥대게 했고, 푸르딩딩하고 시뻘건 조명에 비친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장정의 모습에서 가족을 자신이 지켜야하고 유지시켜야한다는 책임감을 넘어선 일종의 강박이 엿보인다. 이 강박은 힘의 논리에 뿌리깊게 연관되어 있다. 자신만이 해야하는 일생의 과업으로 보기좋게 포장하지만, 이 모든 것은 폭력으로 다가올 뿐이다.

 사실, 그가 원하는 것은 권력뿐이다. 이는 우월감에 도취되고 싶은 욕망이다.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봐야하고 함부로 기어오르지 못하게끔 하는 힘을 갖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적 위치를 확인하고 공고히 한다.

 모든 폭력은 전이된다. 장정이 가족들에게 극단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아버지로부터 전염된 것이다. 자기딴에 가족을 지키려고 한 행동은 모두 지금껏 자신이 넘볼 수 없었던 아버지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는 일종의 권력투쟁이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캐릭터는 단단이다. 장정과 같은 비열한 남자들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만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하나로 여장남자로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그는 와일드한 형으로부터 항상 괴롭힘을 당하는 동생 유정이 지닌 아픔을 감싸안기도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통찰력과 포용력이 대단하다. 부당한 모습에 저항할 줄 아는 단단의 모습은 정말이지,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사회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관념을 주입하고 개인들은 이를 받아들여 스스로를 통제한다. 이에 어머니 박씨, 달래, 단단의 캐릭터로 재현되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들은 속절없이 권력투쟁의 희생자가 된다. '남자충동'이 한국사회의 이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발 밟고 서 있는 세상의 마주하고 싶지않은 이면을 보고도 바꾸고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는 요새, 간만에 연극이었지만 아주 좋았다.


*남자충동은 이번 달 26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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