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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Apr 15. 2017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작가 장편소설


지금의 내가 왜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에 빠지다보면, 너무도 많은 것을 탓하고 싶다. 성장배경, 예기치 못한 사고와 슬픔 등 손에 꼽을 수 없을만큼 말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곳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나의 삶이다. 포기하고 싶고 손 놓고 싶을 때.. 


'계속해보겠습니다'


소라와 나나, 애자 그리고 나기.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다를 바 없이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내는 그들이다. 남편의 허망한 죽음 앞에 덩그러니 껍데기로 놓여져 삶을 연명하듯 사는 애자. 그러한 애자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냥 삶 자체에 질릴만큼 질려버린 소라와 나나 자매. 이들은 지게에 사과박스를 지고 나르다 그대로 쓰러져 죽어버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듯, 나기의 삶에 들어온다.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의 풍파는 세상에 태어난지 10년도 채 안 된 어린이들에게 불어닥쳤고 그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흔을 그대로 안고 살고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또 아닌, 그런 상흔을 소라와 나나, 나기는 부둥켜안고 살아간다. 


삶의 부조리를 단정하지만 리듬있는 문체에 담아 그 처연함을 더한다. 별 거 없는 인생에 별 거 없는 인간들끼리 아웅다웅 사는 모습은 하찮다. 그러나 그 하찮은 것이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계속하는 것이 사랑스럽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고 사람으로부터 치유되고 그렇게 세상에 붙들려 살아가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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