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에 대한 변호

영화 '멜랑콜리아' 리뷰

by 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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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 감독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장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멜랑콜리아'는 1장은 저스틴, 2장은 저스틴의 언니, 클레어의 이야기로 총 2장으로 이루어져있다.


1장은 저스틴의 결혼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예민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해보인다. 저스틴은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우울한 감정에 대해 묘사하고 공감받기를 원하나,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우울함에 지친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녀 곁을 떠나기 시작한다.


2장은 그 이후, 클레어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리고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와 근접 통과를 하게된다. 그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만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힌 클레어와는 다르게 저스틴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불안해하는 클레어를 안심시키기 위해 과학적인 이론을 들어가며 위로하던 존은 멜랑콜리아가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한다. 이에 클레어는 공포심에 사로잡힌 채 그녀의 아들, 저스틴과 함께 마지막을 함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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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는 단어 뜻 그대로, 우울한 감정에 대한 영화이다. 시종일관 화면은 푸른 색 계열의 색감으로 도배되어 있을뿐 아니라 몽환적이고 침울하다. 비관적인 감정에 젖어있을 때의 심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러나, 푸른 빛의 우주와 지구, 어둠 속에 침잠해 있는 이미지를 보자니 마음 한쪽이 편안해지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극도의 비애는 극도의 황홀함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에서는 이 처연함을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의 행성으로 비유한다. 이 행성은 지구로 표현되는 우리의 곁을 통과한다. 여기에 대처하는 저스틴과 클레어, 클레어의 남편 존의 각기 다른 태도에 집중해봤다.


저스틴은 멜랑콜리아 행성에 투영된 비극에 무덤덤하며, 이를 피할 수도 없고 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클레어는 그것이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겁을 한다. 그녀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공포 그 자체이다. 과학을 맹신하는 존은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결국은 받아들여야하는 것을 깨닫고 그 자괴감에 못이겨 자살을 한다.


이 영화는 수많은 메타포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그 의미를 하나하나 음미해가는 것은 숨은 재미다. 그 중 하나가 전갈자리이다.전갈은 오래전부터 어둠과 죽음의 상징이었다. 이것바위 아래나 어두운 틈새에 숨어 있으며 빛을 바라보며 살 수 없다. 햇볕과 따스함은 전갈의 자연적인 적이며 단지 밤에만 먹이를 찾아 나선다. 이 때문인지 전갈에 대한 의미는 항상 부정적이다. 전갈자리의 심장에 위치한 밝고 비범한 적색 별 안타레스는 그 자체로서 재앙의 징조를 나타내는 별이다. 그러나 그 안의 별들은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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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밝음, 기쁨은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슬픔, 죽음은 피해야하는 것, 두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친구에게는 위로랍시고 '곧 지나갈거야, 이겨내야해, 힘내'라는 말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극도의 우울함에 잠식될 때도 있고 슬픔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음을 알아야한다.


다가오는 비극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무조건 회피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받아들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임을, '멜랑콜리아'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