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리뷰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는 손님들로부터 동네에 한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 듣게 된다. 어느 날,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모차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그 안에 있는 조제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그녀의 순수함에 끌린 츠네오의 마음에는 특별한 감정이 피어나게 되고 조제 역시 자신을 끔찍히도 생각하는 츠네오를 사랑하게 된다.
일본 영화 특유의 긴 영화제목이 눈에 띤다. 하지만 그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으면 이 영화에 깊게 배어있는 아련하고도 아름다운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프랑수와즈 사강의 저서 '한달 후 일년 후'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 조제이다. 이 영화 속의 조제의 본명은 사실 쿠미코이다. 쿠미코는 소설 속 조제가 자신에게 다가올 이별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본명 대신 조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 역시 어릴 때부터 하반신 마비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로 늘 혼자 방안에 고독하게 있어야 했다. 숱한 좌절과 절망 속에서 누군가와 이별할 때 혼자서 견디는 힘을 길러야 했을 것이다.
호랑이는 조제가 언젠가 남자친구가 생기면 처음으로 보고 싶어한 동물이다. 조제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호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것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봄으로써 호랑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조제 자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제의 깊은 내면의 상태이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심해 속에 유유히 헤엄을 치는 물고기처럼 어두운 벽장 속에 갇혀서 혼자서 누워있는 조제의 모습이다. 츠네오의 변해가는 모습을 눈치채고서 조제는 물고기에 점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츠네오가 자신을 세상 밖으로 데리고나오기 전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모양이다. 즉, 이별을 직감한 것이다.
하지만, 조제는 츠네오와 교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마음속으로 이별을 그려놓았다. 결국은 혼자 견뎌야함을 알기에 유리처럼 깨질 듯이 아름다운 사랑의 바닷속을 그저 부유하고 싶었을테다.
처음에는 츠네오의 일방적인 관심을 보고 그저 장애인에 대한 연민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조제와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츠네오의 사랑은 그 어떤 사랑보다도 진실됐음을 깨닫는다. 헤어지고나서 츠네오가 오열하는 것은 단순한 연민이 아닌 진심으로 조제를 사랑했기에 다시 볼 수 없음에 슬퍼하는 것이다.
어쩌면 조제의 장애는 사랑이 아니었다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쉬운 이유, 그러니까 일종의 '덫'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럴 때 우리는 이런 형태의 사랑도 있다는 걸 놓치기 쉬워진다.
여타 로맨스 영화에서는 완전체적인 사랑의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꽃길 위에 놓여있는 그런 사랑 말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 속의 사랑은 조제와 츠네오가 하는 사랑의 모습과 똑닮았다. 그러하기에 더욱 가슴시리고 찬란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