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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Jul 09. 2017

8주간의 인턴일기

#첫 주

우중충한 7월의 시청 앞 광장

8주간의 인턴 여정이 시작됐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갖가지의 대외활동 중 가장 하고싶었던 인턴을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고 싶은 마음 반, '해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조급함 반이었다. 꽤나 마음고생을 하며 어렵사리 붙은 인턴 면접 합격 통지에 날아갈 듯 기뻤다, 라는 말은 거짓말이고 설렘, 두려움, 불안함, 그리고 기대감까지 다양하기도 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쳤다. 일단 먼저 걱정이 되는 건 복장이었다. 말로만 들어도 어색해 몸부림쳐지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사러 엄마랑 아울렛에 갔다.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은, 원래도 민증있는 성인이기는 했지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어색한 건 엄마도 피차일반이었나보다 (밥먹는 내내 우리 둘은 초점을 한 곳에 집중해 둘 수 없었다). '이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옷을 몇 개 주워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 나란히 앉아서 맞잡은 엄마의 손은 약간의 힘이 들어간, 그러나 여전히 따뜻한 익숙하다 못해 내 몸에 새겨진 듯한 손이었다.

사무실에서 바라본, 하필 우산 안 가져온 날에 신나게도 내리던, 장맛비

 일주일간 한 일이라고는, 그 이름도 생소한, 업무계획서 작성 및 각종 서류들 작성, 담당부서 사업 인지 정도에 그쳤다. 사회는 쟈가워..★ 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던지라 인턴이라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그래도 내 이름으로 끝마쳐야하는 업무를 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창피하게 고백하건대, 첫 출근 전 날에 2년전에 취득한 컴활 자격증 실기를 다시 훑어보았을만큼 나는 다분히 긴장했었다. 하지만, 인턴 한 주 겪은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인턴 첫 주까지의 사회는 내 생각만큼 그렇게 쟈갑지 않았다.


 평소에 '이 일을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좋을 법 하다'라는 분야에 지원해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나는 나름의 자부심도 있고 열정도 많다. 지금, 여러모로 대내외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단비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2병' 비슷한 '대학교 2학년 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사실 4학년만큼이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도 없을 것 같다. 대학생치고는 일명 '짬밥' 좀 찼다는 고참이지만 사회에 나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삐약삐약 병아리라는, 이상야릇한 괴리감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가 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한 주였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줄기차게 이어지는 장맛비처럼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으며 다음 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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