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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Aug 13. 2017

삶은 계속된다,마술처럼

영화 '바그다드 카페' 리뷰 

*스포일러가 있다 못해, 그냥 많습니다.


 독일 로젠하임에서 온 야스민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황량한 사막길에서 남편과 헤어지고 방황한다. 반면, 브렌다는 그 사막길에서 보잘 것 없는 주유소와 모텔, 그리고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하며 권태롭게 살아간다. 권태의 향연이 계속되는 와중에, 무능해보이기만 한 남편을 집밖으로 쫓아내고 혼자 남은 브렌다에게 야스민이 찾아온다. 차도 없이 혼자 사막길을 걸어온 것도 모자라 모텔의 너저분한 사무실을 자신의 허락도 없이 말끔히 청소한 야스민의 모습에 브렌다는 화가 난다. 그러나 야스민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브렌다에게 감정적으로 끌림을 느끼고, 바그다드 카페 안의 사람들에게 마술을 통해 행복이라는 감정을 안겨준다. 그러던 중, 야스민의 여행객 비자가 만료되어 떠나게 되면서 남은 바그다드 카페의 사람들은 다시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야스민은 다시 돌아오고, 그를 사랑하던 루디 콕스가 그에게 청혼하면서 바그다드 카페에서 오래도록 머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화면 색감이 다했다.

 야스민과 브렌다는 남편 곁을 떠난 여자들이다. 남성이 없어도 능동적으로 (비록 소소하게 살아가기는 하나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래서 <바그다드 카페>는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곤 한다. 가부장으로 대변되는 남편들을 자발적으로 떠난 채 본인들의 자유를 쟁취하기 때문이리라. 야스민은 차분하지만 브렌다는 불꽃같다. 완전히 정반대의 성향으로 보이지만 둘이 만났을 때의 조화로움은 과연 대단하다. 야스민의 차분하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는 삶에서 가끔 발견되는 행복을, 브렌다의 대담함은 삶을 이끌어가는 지구력을 느끼게 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열망과 희망, 때로는 불행의 여운은 영화가 끝나서도 은은한 잔향을 낸다.


 '모든 게 부질없어'라는 마음이 생기는 상황은 운이 좋으면 때때로, 심할 때는 분기마다 찾아온다. 안타깝게도 우리 삶의 팔할은 외로움과 덧없음이 자리하고 있고, 잠깐 반짝이는 불빛만큼의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순간들이 간간히 끼여있다. 지금, 사막처럼 적막한 감정 속에 놓여있다면, 그리고 찬란하게 빛났다가 곧 사라질 행복을 찾고 있다면 <바그다드 카페>를 보면 참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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