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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Aug 13. 2017

8주간의 인턴일기

#여섯째주

 정수리에 계란을 올려놓으면 후라이가 될 것 같은 날씨에 인턴으로 들어왔는데, 어느 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늦여름이다.


 지난 주에는 첫 인턴 월급을 받았다. 소소한 금액이지만 달달이 모아 겨울에 해외여행을 가기 위한 피같은 돈이다. 그렇게 비자금처럼 굳혀두려다가 엄마에게 들켜 '월급 받으면 집에 빈손으로 오는 거 아냐'라는 말을 쓴소리를 듣고,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더치커피 한 병과 파리바게뜨 빵 몇 개를 사서 갔다.


 자그마한 선물을 양손에 쥐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도 가볍기도 했다. 가만히 커피를 마시는 엄마를 지켜보면서 '내 노동의 맛이 느껴져, 엄마?' 하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심하다 싶은 허세를 부렸다. 솔직히 나는 내가 번 푼돈을 손에 쥐면서부터 '이건 내꺼야. 내꺼니까 맘대로 쓸거야!'라는 욕심이 강했다. 그래서 빵 한조각이라도 사서 들어오라는 엄마의 농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호령을 듣고 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돈을 어찌어찌 버는 법은 아는데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를 위한 선물 혹은 가끔 엄마아빠 생신선물 정도가 전부였다. 어쩌면, 엄마는 이벤트에만 주는 형식적인 것보다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눠먹을 수 있는 작은 연유빵의 가치를 알려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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