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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Sep 07. 2017

지금, 당신의 21세기는 어떤가요?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우리의 20세기'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며 17살 아들 제이미를 홀로 키우고 있는 중년의 도로시아. 일명 '기절하기 놀이'라는 기이한 놀이를 하다가 응급실까지 갔다온 아들을 보며, 걱정스레 '요즘 것들'은 의미없는 것들만 골라하는 세대라고 생각한 그는 24살 애비와 제이미의 친구 제니에게 제이미 양육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애비와 제니는 그 부탁을 받아들여 제이미를 나름대로 조언을 해주고 이끌어준다. 그러나 도로시아는 애비와 제니의 페미니즘적 가치관에 제이미가 깊게 함몰되는 것을 경계하게 되고, 이에 제이미는 지금껏 참아왔던 엄마의 지나친 우려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고 가출을 시도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시대의 분위기랑 잘 안 맞는 것 같아,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감성물씬 풍기는 7080시대에 태어나면 좋았을텐데..'라는 뭐 그런 생각(실제로 나는 아이돌이 아닌, 김광석과 동물원, 015B, 윤종신, 김동률 등의 노래들을 좋아한다).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이기에 막연하게 현대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여유롭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웠으리라고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애비와 제이미, 제니가 청춘을 보냈던 그 당시에도 아픔은 있었다.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라는 성난 파도같은 세월을 헤쳐와 강단있고 질서정연한 부모세대 밑에서 자란 그들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히피문화와 페미니즘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전 세대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며, 마약과 술, 담배, 음악 등에 심취해있었다. 그 극단에 있는 행위가 제이미가 했던 '기절놀이'가 아닐까 싶다. '저게 무슨 짓인가' 싶을 정도의 기행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 속 한켠이 헛헛하게 비어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른다.


 도로시아의 '남편이자 제이미 아빠의 부재'라는 죄책감에서 발현된 염려는 제이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젊은 나이에 자궁내 질병으로 인해 불임판정을 받은 애비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한다. 제니는 심리치료사인 엄마에 대한 반항심과 외로움 때문에 방황하고, 윌리엄은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아내로부터 떠나온 뒤 다시는 이성에 대한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처럼 각자 마음 속에 하나의 구멍이 있어 그 안으로 들어오는 시린 바람을 맞은 그들이 살아낸 시대는 지금 내가 '여유로웠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그 시대다. 지금 발딛고 서있는 21세기의 사람들과 20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숨이 붙어 있는 한 묵묵히 그 시간을 살아내야하는,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버리지 못한, 20세기에 대한 마지막 환상은 '소통'이다.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요즘도 참 많은 갈등들이 도처에 편재해 있다. 이러한 갈등에 어떤 이들은 전면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어떤 이들은 아예 회피하곤 한다. 그러나 도로시아를 비롯한 애비와 제이미는 그 어쩔 수 없는 시대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일에 주저함이 없고 끊임없이 몰두한다. 도로시아는 애비가 들락거리는 클럽을 가보고 그가 듣는 난해한 음악을 찾아들으면서, 다른 이들은 도로시아가 제이미의 삶에 관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입장을 이해하면서 세대 간의 균열을 인정하고 나름의 방식대로 해결하면서 살아내고자 했다.


지금, 우리들의 그리고 당신의 21세기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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