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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Nov 01. 2017

우리는 각자의 성장소설을 쓰고 있다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평생을 뉴욕에서 살아온 대학생 토마스는 그 공간과 공간 속의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 스스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와 혼란스러워 보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 역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어느 날 토마스는 이웃이자 작가인 제럴드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그에게 의지하게 되고 잊고 있었던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출판사 사장인 아버지 이든이 조한나라는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 주디스가 걱정된 토마스는 일부러 조한나에게 접근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조한나를 욕망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결국 조한나를 사랑하게 되고, 이내 이든에게 털어놓게 되면서 동시에 제럴드가 자신의 친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토마스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 처음 에세이라는 것을 써서 이든에게 보여주지만 돌아온 것은 '봐줄만 하네'라는 무심한 말 한마디였다. 이에 그는 작가의 꿈을 접게 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함을 늘 안고 살게 된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이웃 제럴드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나름대로 진단을 내려주는 그와 가까워지게 되면서 차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적확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토마스는 제럴드에게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을 뿐더러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는 조한나와 이든, 그리고 자신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이에 제럴드는 '그래서 너가 하고싶은게 뭔데?'라는 일침을 놓는 말 한마디를 던질 뿐이다. 

 토마스는 제럴드의 물음에 결국 조한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답을 내린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부딪치는 것만이 해답인 싸움임을 깨닫게 되면서 이내 이든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든에게 진실을 고백하면서 또 다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버지라고 믿고 있었던 이든의 친구이자 자신의 이웃인 제럴드가 자신의 친아버지임을 알게 된 것이다. 멀리서나마 토마스가 성장해가는 것을 도와준 제럴드는 눈물을 흘리고, 자신이 아닌 제럴드의 재능을 타고난 토마스에 대해 죄책감과 서운함이 뒤섞인 이든은 분노한다. 이는 의도치 않게 밝혀진 진실 앞에서 그 누구보다도 강해보였던 '어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모순에 견디는 것이다. 반면, 토마스는 자신이 현재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상황에 직면해있는지 충분히 자각하고 있기에 오히려 패기로워 보인다.

 이렇듯 삶은, 우연적이고 도발적이다. 인생이 흥미로운 이유는, 피할수록 다가오고 마주할수록 예상 외의 다른 삶이 펼쳐지는 그러한 모순이 삶의 중간중간에 들어앉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법칙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어른이라고 모든 세상사를 다 꿰뚫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어리다고 모든 것을 모르고 있는 것 또한 역시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읽고 있는 페이지의 다음 장에 어떤 풍경이, 어떤 사람들이 펼쳐질지 모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자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열병과도 같은 사랑을 하면서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다가 이내 마침표를 찍는 것, 이것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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