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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Jun 13. 2018

사랑 앞에 찌질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 없는 19살 우체국 직원 도메크. 그는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연상의 마그다의 집을 매일 밤 망원경을 통해 훔쳐보며 몰래 사랑을 키운다. 가짜 송금표를 만들어 마그다를 우체국으로 오게 하고, 꼭두새벽에 우유배달을 하며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갈 정도로. 그러나 머지않아 도메크의 거짓으로 인해 마그다는 송금을 조작했다는 누명을 덮어쓰게 되고 결국 도메크는 자신의 잘못과 사랑을 모두 고백한다.


 마그다는 어린 소년의 서툰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고,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도메크를 유혹한다. 그리고, 흥분한 도메크를 조롱하듯 '그게 바로 사랑의 전부'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에 충격을 받은 도메크는 도망가듯 뛰쳐나가 칼로 자신의 동맥을 긋고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너무나 큰 상처를 준 것 같은 미안함에 마그다는 도메크가 자신을 훔쳐보던 창문에 '미안해, 돌아와'라는 글을 써붙이지만 답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마그다는 도메크 집에 찾아가 자신을 훔쳐보던 창문에 놓여진 망원경에 눈을 갖다 대곤 옅은 미소를 띤다.

도메크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너무나도 서툴고 거칠게 다가간다. 매일 같은 시각, 마그다의 집에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엿듣고, 그녀의 애인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눈 뜨고 볼 수 없어 일부러 가스 고장 신고를 하는 모습만 봐도 '어휴'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적절한 방법을 몰라 그저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그다가 성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그다는 도메크가 '좋아서 그랬다'라고 한 사랑의 행위가 너무도 괘씸하고 억울해서 되갚아줘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그녀는 고약한 방법을 택했다. 경찰서나 보호자에게 인솔해 정당한 방식으로 도메크를 혼내는 것이 아니라, 도메크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을 건드렸다. 도메크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점을 이용해 그가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하던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도메크는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간 셈이다. 그리고 마그다는 샤워를 하고 나와 도메크를 도발하여 성적으로 흥분하게 만든다. 그러한 그에게 '그게 바로 사랑의 전부야'라는 차가운 말로 도메크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거침없이 깨부수고 모멸감을 안겨준다. 마그다 역시 미성숙하다.


 그러나 마그다는 이내 자신의 모진 복수를 반성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도메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도메크 역시 자신의 사랑의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이 둘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서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통해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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