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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omin Nov 06. 2017

드로잉 에세이 9

소생

환기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전의 사무실은

많은 창문과 세 개의 출입문 등을 함께 열어야만

공기의 흐름이 생기는 

일상적으로 환기를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화분의 위치 또한 

그들의 생장보다는 

 인테리어 상의 오브제의 성격이 강하였기에

신선한 공기 라거나 

따뜻한 햇볕 등과는 거리가 있는

단지 관상용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무실

나와 단둘이 있는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나를 포함한 유일한 생물인 것이다


이들을 보살핀다는 것은 

단지 생육을 넘어서

끈끈한 무언가를 공유하는 

동지적 유대감을 나누는 것이다


이제야 느끼는 감정이다


이들의 푸르름에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으며

이들이 마르고 생기 없었을 때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초조해 하였다

급기야 버리고자 마음먹었을 때 

최선을 다해 보살피지 못했음에 

너무도 많이 미안했다


아침시간에 

여유롭게 

마주 보는 두 개의 문을 열어놓고 

커피를  갈아 내리고 

오디오의 전원을 올리고 일기를 쓰고 

마침내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의식과도 같은 

나만의 루틴이 진행되는 동안

이두 그루의 나무

두 개의 화분에게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아침을 맞는 것이

어떠한 의미이었는지

또 내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며 고마워한다


모든 아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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