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이구아나'입니다
다소 생소한 동물이겠습니다만
어찌 된 인연인지 저희 식구들 모두 파충류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정말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정확히는 십삼 년을 키운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추억을 어떻게 다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저희 아이는 이 녀석 '노노'를 너무도 이뻐하였습니다
한일월드컵 때
응원을 과격하게 하는 통에 애꿎게
이 녀석이 깁스를 하고 육 개월을 고생한 적도 있습니다
티브이에도 자주 출연하시던 원장님이 많이 이뻐하셨고
진료 때마다
병원에 오가던 여러 사람들이
잘생겼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곤 하였습니다
물론 다른 많은 분들은 징그럽다고 멀리 하곤 했습니다만
그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곤 때가 되어
헤어지게 되었고 예의 그 동물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경기도 김포에서 화장을 하고
한 줌 되는 유골을 강에 뿌렸습니다
지금은 유골함만 녀석이 쓰던 수건에 덮인 채 저희 집에
남아있습니다
녀석을 키우던 방을 아직도 저희는 '노노 방'이라 부릅니다
화장을 하던 날 진중한 성격의 저희 집사람도
'네가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을 같이 하며 동생 역할을 해주어서
고맙다'며 울먹이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말이 너무도 먹먹하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곤 아직까지 애완동물을 키울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 또한 많은 분들이 경험한바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답고도 감사한 기억만이 가득한 기특한 동물입니다
그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른바 저희 가족의 '반려동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