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이
제 어릴 때 친구들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몇몇이 아직도 저와 함께 늙어 가고 있습니다
기억이 여물어 가던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싫던 좋던 항상 제 주변에서
제가 그들 주변에서
맴돌며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끌어안고 토닥여 주기도 하고
욕하고 싸우고 남들 하는 짓 다 해가며
그렇게 늙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애들입니다
이 친구는 '도라이'입니다
왜 '도라이' 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전공은 육상 입니다만 매스컴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그 길 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본인도 미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시절 유니폼 입고 으스대던 것은 부러웠습니다
누님 두 분 다 미인이십니다
난생처음으로 '새우깡'을 작은 누나께 얻어먹었습니다
형님은 유도를 하셨습니다
주먹이 매우 크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머님이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항상 부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김칫국과 별 모양 홍당무로 멋을 낸 잘 익은 나박김치가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지금은 잘생긴 아들을 군에 보내고 부부가 금슬 좋게
일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같이 태권도를 시작하며 부쩍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에 가장 많이 뻔질나게 들랑날랑하였고 저역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소원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원인은 제게 있었으므로 달리 할 말 없습니다
외골수이랄까 고지식하달까 여하튼 융통성이 조금은 부족한 듯싶습니다
이를테면 어린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다던지
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것 때문에 저희 끼리도 말이 많았습니다
요즈음은 스스로가 삼가고 있다 합니다
별수 있겠습니까
세월이 흘렀고 세태도 달라지는 것을...
내 친구 '또라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