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처음엔 헤어지자고 말할 의도가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나를 좀 내버려 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화의 흐름은 바꿀 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이별을 고했고, 그는 끝까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참 많이 좋아했다. 그의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그가 가진 마음만큼 나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단지 그것이 나에게는 충분하지 않았을 뿐이고, 그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지 못하고 뭔가를 더 요구하는 내 마음의 요동이 두려웠을 뿐이다.
내가 가진 공허함의 크기만큼을 그로 가득 채우려고 욕심을 내는 스스로의 모습에 너무 슬펐다. 아직도 모를까, 그 공허는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너무 어리석고 애잔하고 비참했다.
우리의 관계는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가 마음의 문제를 느꼈다. 난 본래 외로운 사람이라 누가 나를 외롭게 만드는 것에 너무나도 자연스레 익숙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때문에 내가 불안했고, 외로웠다. 헤어짐을 말하고 이 상황에 대한 객관성을 위해서 글을 적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다. 후회하다가도, 무엇을 놓쳤는지에 대해 다시 오리무중 했고, 또 후회했다.
하지만 그 후회 속 틈틈이 쌓여가는 '나에게 안심하는 마음은 하나도 주지 않았다'는 너에 대한 원망이 자꾸만 불쑥불쑥 올라왔다. '왜 보고 싶다는 말에 그런 반응을 했니, 왜 그런 질문을 해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니, 내 질문에는 왜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나를 힘들게 했니, 나는 끊임없이 솔직하려 하는데, 너는 아무런 말이 없구나.'
이건 대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들은 듣지 못했다. 그는 그가 듣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것만 들었다.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설명하려고 나는 오해가 없게 만들도록 노력했다. 그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힘들지 않았으니까.(그렇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힘들었나 보다. 마음이 대번에 무너졌다. 예민해졌다. 그건 명백히 그 때문이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신뢰를 주지 않는 관계를 가만히 지키기에는 마음이 벅찼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소소한 신뢰라도 받아서 그 힘으로 지켜보려고 했다. 그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내가 감정적이 었던 것도 아니야. 그가 변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무엇보다도 외롭고, 그리고 그의 화법은 잘못됐어.
그 때문에 불안했고,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했다. 즐거웠고 아직도 좋아했고, 그런 마음과 변화를 가지게 해 줘서 고맙다. 하지만 나는 아직 멀었고, 그 사람도 어쩌면 내가 가진 만큼의 마음을 못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가다 우연한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얘기할 수 있기를. 그냥 지금은 이 끈들을 다 되돌리고 싶지가 않다. 사실 자신이 없다. 인연이 아니었어라는 말로 포장하고 싶을 만큼 너무 무섭다. 내가 벌인 일들과 벌일 일들이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