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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Dec 01. 2021

동네 친구들과 1박 2일

놀러 다녀온 박약 독백 

속해있는 커플계에서 1박 2일간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나와 남자 친구를 소개해준 친구가 있는 곳이자, 나와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오래된 친구도 속해있는 계이다. 유일하게 남자 친구와 함께 속해있는 곳이며, 안지 십 년이 넘은 사람들이 다수이며 무엇보다 남자 친구가 아주 즐거워하는 모임이다. 그간 갈등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원래 사람 모이는 곳이 어떻게 늘 좋고 편안하기만 하겠는가.


네 커플은 모두 성향도, 생각도 상황도 다르다. 벌써 삼 년 이상 지속된 이 모임은 주기적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자주 만나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보는 것 같다. 만나면 주로 늦게까지 술을 먹고, 시시덕대며 얕은 농담을 던지고, 안부를 묻는다. 늘 목적과 공통점이 있던 나의 수많은 문화 모임들과는 꽤 결이 다른데, 무엇보다 남자 친구가 진심으로 재밌어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이번에 잡은 숙소는 예쁜 바다 앞이었다. 저녁에는 나가 낚시도 하고, 추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꽁꽁 싸매고 예쁜 노을을 한참 바라봤다. 넓은 바닷속 변화하는 색들을 보자면 괜히 마음이 벅차오른다. 우리의 관계도 늘 이렇게 변하겠지만, 그럼에도 찬란하고 아름답고 섞일 것이라 믿는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 속, 하루 내 신이나 입꼬리가 귀에 걸린 그를 바라보며, 내가 다 즐거웠다.


일을 그만두고, 혼자 뭔가를 해낸다는 게 유난스럽지도 않을 만큼, 거의 혼자 있었다. 막걸리가 한 잔 당길 때도, 갑자기 편히 부를 사람 없던 타향살이가 서러운 적도 많았다. 오랜만에 막걸리를 3병이나 실어 술자리에서 내가 혼자 다 마셨다. 알코올이 톡톡- 올라올 때쯤, 누군가와 짧은 말싸움이 번졌고 친구들은 나를 끌어내 차가운 밤바다에서 수다를 떨었다.


취기가 한 참 올라온 와중에도 그냥 친구들과 재잘거리고 있다는 게 즐거웠다. 차도 애매하고 밖에선 조심하는 것도 있어 술을 안 마신 지 꽤 오래됐는데, 두 달만의 술자리였다. 날은 차가웠고, 우린 속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르면, 맨 입으로도 속마음을 거침없이 쏟던 중고등학생 때가 생각난다. 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면서, 자주도 보던 친구들이랑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았을까.


꽤나 늦게까지 마시고도 뒷 날 새벽부터 일어났다. 어디로 누구와 여행을 가든, 꼭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다. 덕분에 아주 아름다운 일출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출렁이는 바닷 결 속에 햇살이 일렁일렁히 떠있었다. 여백 없이 꽉 찬 채도 속에서 꿈꾸듯 걸었다. 자연의 모든 색과 소리는 경이롭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니 장엄한 새 때가 날아올랐다. 꽤나 거대했다.


어떤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왈왈 짖더니 종종거리며 날 가로질러 갔다. 풀숲과 대로변 여기저기 냄새도 맡고, 쉬도 조금조금 싸는 걸 보니 본인만의 아침 루트가 있나 보다. 차가 오면 바로 숨어서 성인 걸음으로도 편도 30분이 걸리는 꽤나 긴 거리를 종횡무진 누볐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에서 아침마다 자유시간을 가지다니, 참으로 행복한 강아지구나 싶었다.


돌아와도 아무도 일어나 있지 않았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친구들이 하나씩 깨고, 어떤 애가 라면을 끓여줘서 햇반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다시 눕기엔 속이 좀 불편해 글을 좀 쓰다가, 집중이 되지 않아 배게를 받치고 앉아서 잤다. 자고 일어나니 청소가 다 되어있었다. 괜히 민망해 남자 친구에게 "내 몫까지 청소 열심히 했지?" 하니 "응, 쓰레기까지 몇 번을 왔다 갔다 버렸어. 잘 잤어?" 해준다.


조금 더 쉬다 나가 간단한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낚시를 더 하겠대서 공원에 모였다. 나는 엄마랑 클래식 공연 약속이 있어서 먼저 나왔다. 오랜만에 여러 친구들을 만나 하루 종일 사운드가 비지 않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꽉 차게 놀다 왔다. 남자 친구와 같이 편하게 놀 수 있는 시공간들이 앞으로도 많아지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또 우리 둘만 신나게 놀겠지. 꼬꼬 마적부터 알던 친구들과 오랜만의 안부를 주고받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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