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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un 15. 2020

친척이자 친구

네가 있어 다행인 박약 독백

지역의 축제를 만들고 있다. 오랜만의 타지 출장에 다시 돌아오는 미니밴을 타지 않고 오래간만에 친척이자 친구인 그녀를 만났다. 동갑이면서 이름의 초성이 같은 우리. 순하게 생긴 그녀와 세게 생긴 나. 다른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체질도 다르다. 기억력이 꽤나 좋은 그녀와 성인이 되고 생긴 기억들도 흐릿해지는 나.


그녀는 내가 유치원 때 할머니 집 맞은편의 또래와 매일 싸웠던 것도,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벌어졌던 아빠와의 논쟁에 숨 막혀했던 것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유년시절은 양갈래 파마머리가 달린 모자를 썼던 찰나가 전부인데.


가끔, 아주 가끔 보는 사이라도 혈육은 혈육인가 보다. 칵테일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아예 다른 관점에서 보는 내 문제들의 해결법은 무엇일까. 갓난이부터 알던 사이라 그런지, 역시나 서로에게 비밀은 없다.


새벽 늦게까지 이어지던 이야기는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끝을 맺는다. 유난히 착하고 여렸던 외할머니가 어떻게 이렇게 화끈한 여장부를 손녀로 두었는지. 또 어떻게 이렇게 착하고 선한 손녀를 또 두었는지. 이렇게 다른 우리, 지금 보셨다면 굉장히 자랑스럽고 든든해하셨을 텐데.


도심에서도 한 중앙에 사는 그녀의 오피스텔은 좁으면서도 정갈하다. 이전보다 물건이 배는 늘었다. 일 년간 공부에 집중하면서도 마음은 건강해 보인다. 단순하면서도 관계에 의지하지 않는 그녀가 가끔 부럽다. 우린 어쩌다 이렇게 모든 게 달라지게 된 걸까.


그녀는 나는, 나는 그녀의 성격을 부러워한다. 아주 가끔 만나야만 찰떡같은 관계라는 걸 서로 잘 알고 있다. 도심의 한가운데서 어쩌다 선택된 삼계탕은 두 몸을 덥혀 주었다. 친척도 가족이지.. 가족은 참 따뜻하다. 위아래가 없는, 동갑인 그녀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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