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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Dec 12. 2021

고향 친구들 만나기

편안한 사람들과의 재밌는 데이트

오랜만에 서울에서 내려온다는 친구가 있어 예전 교회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딱 1년 전, 이렇게 넷이 봤었는데 벌써 1년이 흘렀다. 세월의 감개무량함을 느낀다. 초등학생 때부터 매주 보는 사이들이었는데, 이제는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다니. 여전히 겹쳐 보이는 초등학생 때의 모습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흐르지 않았다. 그대로였다.


건축, 유치원 교사, 사진, 문화.. 유난히 아이를 좋아하던 친구는 유치원 교사가 되었고, 전공과 상관없는 진로를 정한 이들도 있었다. 자주 보지 않아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편안했다. 어릴 때의 향수를 공유한 사람들은 그런 관계가 된다. 언제 만나도, 결코 서먹하지 않은 사이. 무슨 말을 해도, 이해받을 것을 알고 있는 관계. 연말에 아주 반가웠고 또 따스했다.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어릴 때는 아주 열심히 다녔었다. 교회에 얽힌 추억도 아주 많다. 크리스마스 때 무대에 오르기 위해 두 달간 매일 춤과 노래를 연습했고, 예쁜 옷들을 골랐다. 맛있는 간식들은 덤이었다. 성탄절 전 날 새벽에는 신도들의 집을 돌며 찬기운 가득한 복도에서 호호 입김 불어가며 조용히 찬송가들을 부르곤 했었다. 현관문이 열리면, 덕담과 간식을 주고받곤 했다.


성탄절은 교회에서 가장 큰 행사였고, 교회 밖에서는 느끼기 힘든 모종의 끈끈함과 포용력이 있다. 큰 행사를 한번 거치고 나면, 우리는 더욱 깊숙한 관계가 됐다. 그때의 나는 분명, 하나님과도 그랬다고 믿었다. 교회는 꽤 컸지만, 우리 또래는 열명 남짓이었다. 친해지지 않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른들은 무조건 우리를 예뻐했고, 난 모든 어른들이 당연히 청소년을 사랑하는지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청소년기의 학교 생활은 꽤나 무채색이었는데, 교회생활은 다채롭고 따뜻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그때의 순수함과 열정을 공유하던 친구들은 벌써 30대가 되었거나, 내년에 30살이 된다. 서로 이렇게 큰 게 징그럽다고 말하면서도, 매일 똑같다고 말하곤 한다. 사람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나 보다. 우리는 너무 똑같으면서도 또 징그럽게도 빨리 자랐다.


물론 소식이 끊긴 언니 오빠들도 있고, 동생들도 있다. 언제나 궁금하고,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돼도 너무나 반가울 것이다. 당연히 모두 다 너무 잘 살겠지만 고향 동네가 좁은 만큼, 가끔은 바람결에도 소식이 들리길 희망한다. 얘기를 하다 보니 오랜만에 보고 싶은 동생이 떠올라, 내려온 김에 약속을 잡고 만나서 더 놀고 왔다. 예전부터 역시, 유머 코드가 잘 맞는다.


일도 하지 않고, 진로도 잘 모르겠어서 왠지 요즘 시무룩했던 내게 어릴 적 친구들은 힘을 주고 갔다. 오랜만에 사정없이 킬킬거렸고, 별 것 아닌 것에도 자꾸만 웃음이 났다. 마침 친구가 가져온 직업 대사전이 있었는데, 나는 그중 '사업의 대가'를 하겠다고 했다. 별 말 아닌데 이게 그렇게 웃겼다. 일 년 뒤에는 정말 사업의 대가가 되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면 참 좋겠다.


교회 친구들을 만나고 난 다음날에는 취향이 겹치는 동생을 만났다. 둘 다 참 열심히 사는 편이라, 서로에게 좋은 자극과 야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경제와 시사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동생이 멋있어 나도 이제 공부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았다. 벌써 2년째라니.. 언제나 멋지지만 오늘도 정말 멋져 보였다. 나도 앞으로 경제와 시사 공부를 꾸준히 해봐야지, 싶어 온 몸이 근질거렸다.


그다음 약속은 유머 코드가 잘 맞는 동생이었다. 사실 유튜브가 지금처럼 뜨기 전, 초창기에 우린 브이로그 스터디를 한 적이 있다. 우린 맨날 '그때 꾸준히 했어야 했어..!!!'라고 후회하곤 하지만 사실 지금 더 다양한 기회가 많다. 사업병이 근질거려 이건 어쩌고 저건 어쩌고 한참을 입사업을 했다. 같이 한참을 웃다 나와서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울 뿐이었다.


그리고 친한 언니와 뮤지컬 '시카고'를 보러 갔다. 안 그래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고맙게도 언니가 티켓을 줘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춤과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댄서들의 몸매가 너무 멋져 다이어트 의지가 불끈 솟았다. 오늘은 정말 자극을 많이 받는 날이다.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참 많다. 내 주변에도 많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잔뜩 만나고, 재밌는 이야기를 실컷 하고 놀다 간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요즘같이 재밌는 세상에서 부디 모두 행복하기를, 원하는  꼭꼭 싹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 평소 인복이  아 감사할뿐이다. 그저 오랜만에 만났을 뿐인데, 오늘만 해도 선물을 3개나 받았다. 삶이 바빠 자주 보진 못하더라도 부디 좋은 사람들과 오래, 오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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