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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Feb 05. 2022

살면서 속상한 일 몇 번, 어떻게 없겠어.

몇 일이 동시에 잘 안풀릴때

몇 일이 동시에 잘 안 풀릴 때, 나는 어김없이 글을 쓰게 된다. 인간관계로 갈등이 생기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에서 낭패를 보게 될 때에 남에게 푸념할 것 없이, 어딘가에 글을 쓰며 위로를 받는다. 그래, 살면서 속상한 일 몇 번, 어떻게 없겠어.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또 있는 거지. 포근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눈물도 좀 쏟아보고, 어딘가 구멍 난 허한 마음을 이렇게 이렇게 달래 본다.




푸석푸석하게 쓴 앞뒤 없는 문장들이 엉성한 글들이 얼개가 짜이고 나면, 그래도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다시 씩씩하게 내일로 발걸음 할 힘을 얻는다. 정말 지치는 날, 탈수기에 돌돌 돌려져 쥐어짜도 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날에도 데스크톱 앞에 앉아 자판에 손을 얹는다. 감정이 가뜩 얹어진 이 얼개들을 올리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더 후련해진다.




상대가 나와 이렇게 갈등이 생긴 이유도 내 탓이겠지. 일이 잘 안 풀린 이유도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겠지. 맞다. 내가 조금 더 꼼꼼히, 살뜰하게 챙겼으면 될 일이다. 다음 비슷한 갈등 앞에서는 내가 조금 더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게 분명하다.  아직 살 날이 너무 많아서 조금씩 책임을 경험하는 중이겠지. 그냥 내가 포기하고 비워버릴까, 싶기도 하고 성질대로 가버릴까 싶기도 하다.




살면 선 느꼈던 많은 갈등들이 그랬듯이 모두 종내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작은 생채기들 사이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새싹이 나고, 시간이 흘러 가지가 되어 뻗어나갈 것이다. 결국은 여태 잘됐다 싶은 일일 것이다. 그러니 이 갈등을 외면하지 말고, 생생히 느끼며 고민해야 한다. 다음 유사시에는 이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과정을 기록하고 생각을 남겨야 한다. 




어쩌면 몇 일이 동시에 잘 안 풀리는 것은 다음 큰 일에 대한 예방주사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살면서 올, 더 크고 무거운 수많은 갈등들을 미리 준비하고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기분 나쁘다고 피하지 말고 속상하더라도 맞서 봐야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고, 이번 일에 대해 교훈을 깨달아보고, 참고해서 생활패턴을 수정해봐야지. 구르든, 돌든, 튕겨가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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