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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Feb 15. 2022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줘요 1 :현재 상황 편

거지 같은 집주인을 만났다.

갑자기 이사를 가야 했던 2017년 2월 8일. 당시 돈이 없고 급하게 이사를 나와야 하는 터라 시청 홈페이지에서 월세집을 구했다. 무슨 깡이었을까, 차도 직업도 없었던 시절 보증금도 정말 간신히 빌려서 소도시로 이사를 왔다. 그때 이십만 원 정도가 아까워서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았는데, 당시는 사실 공인중개사를 낄 돈도 없을뿐더러 그런 미래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 이십만 원 아낄라다가, 기본 개념도 없는 집주인을 만나서 이리 고생할 줄 몰랐지. 아, 내가 이래서 다시는 절대로 돈 없이 살지 않으려 한다. 당장 현실이 빠듯해지면 사람은 더 효율적인 선택이 있는 걸 알면서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것도 사실 맘과 현실의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 밖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내게 여유 있고 풍요롭게, 고급진 취향을 가지며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지겹게 돈 없을 때도 있었다.


여하튼 그때는 정말 한 달 살이도 벅차서, 일단 싼 집을 계약해야만 했다. 싼 값은 그만큼 싼 값을 하는데, 이 집은 다른 것보다 집주인이 싼 값을 했다. 내가 찾은 88년도에 지어진 이 구축 빌라는 18평으로 나름 넓고 관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입주청소와 도배장판은 당연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해가 잘 들고 조용한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한 시간에 버스가 한 두대만 온다는 리스크는 이사를 오고 나서야 알았다.


아저씨는 2년을 살 거면 도배장판을 해준다고 했고, 나는 1년만 살다 떠날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세월이 무색하게도 5년이 흐르고 말았다. 계약서를 또 쓰지는 않았지만 계약은 자동연장되었고, 중간에 도배장판을 해줬으면 한다는 요구에는 월세를 올리겠다는 답이 돌아와서 그럼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타협했다. 누런 끼가 가득한 한지 같은 벽지 때문에 중간중간 포스터 류를 붙여야만 했다. 집의 벽은 군데군데 합판이 뜨기 시작했다.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큰 방은 셀프로 도배했다. 도배지만 15만 원 정도가 들었고, 그냥 직접 붙였다. 좋은 신혼집을 구해 나오면서 거실장, 독서실 책상, 테이블 일부, 양문형 냉장고 등을 두고 나왔다. 원래 수납공간이 거의 없는 편이라서 구매한 가구가 많았다. 좋은 신혼집을 얻으면서 어차피 가구는 다 새로 살 테니까, 딱히 필요가 없기도 했다. 


당연히 보증금을 다 받겠거니, 신경도 안 쓰고 25일 날 이사를 가며 말일까지 천천히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쯤 공인중개사가 전화가 와서 집을 보러 오겠다 했다. 이사때문에 정신이 없던 순간이라서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집을 따로 보고 갔다. 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사가 끝나고 집주인한테 전화가 왔다. 말일에서 이틀 먼저 마음대로 들어와서 집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사실 그러거나 말 거나였다. 이제 보증금만 받고 새 출발을 하면 됐으니까. 여기서부터 집주인의 만행이 시작되었다. 명절 첫날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 사진을 보내면서 보수해주라 요구했다. 나는 아이를 키운 것도 아니고 벽지에 커피 한 잔 엎은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삭은 벽지 사진을 보내면서 자꾸 원상복구를 해주라고 요구했다. 아니, 내가 들어올 때도 해준 적 없는 도배장판을 왜 내가 해줘야 하는 걸까?


더불어 집이 오래되어 몰딩이 뜨고 시멘트 가루가 나오는 것까지 모두 내게 요구했다. 어이가 없었다. 화장실 거울 금 가게 한 것과 콘센트 2구 커버 잃어버린 것은 내 잘못이 맞다. 근데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집이 자연스럽게 삭은 것이었다. 글루건 못 붙인 것까지 난리를 쳤다. 떼면 벽지가 손상될 테니 원상복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못질을 한 것도 아닌데, 게다가 월센데 왜 내가 해야 한다는 걸까?


나올 때 청소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청소하다 손을 다쳤다고까지 난리다. 당연히 쓸고 닦고 다 하고 나왔고, 화장실 같은 경우에는 내가 깔끔하지 못하게 청소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물때가 약간 있는 정도다. 아,  쓰레기가 들은 변기 물을 내리는 것을 체크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 맞다. 마무리 청소를 하다가 다 정리되었는지 알았다. 변기 커버를 한 번 더 들춰봤어야 했다. 이 부분은 사과했다.


방 체크하러 오기 전에 언질을 주고, 말일 다음에 왔으면 이사 끝내고 내가 다시 한번 청소할 요량이었는데, 청소가 안되어있다고 했으면 내가 다시 가서 했어도 되는 일이다. 마음대로 들어와서 자기 맘대로 청소해놓고 비밀번호도 바꿔버리다니.. 20살 이후 항상 독립해서 살았지만 이런 무례한 경우는 처음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서 청소비를 지급해준다고 하니까 그것도 싫다고 한다. 나처럼 입주청소를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는 원래 입주청소 업체를 불러서 건, 본인이 해서 건 청소를 해서 세입자를 받는 게 맞다. 내가 청소비를 지급해주는 것도 사실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전혀 타협이 되지 않는다. 현장을 보고 같이 얘기하자니까 싸울 것 같다고 절대 보여주지 않고, 배관업체를 부르기 전에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집 외관에 붙어있는 장식품이 상한 것까지 내게 요구한다. 아니 손도 닿지 않는 집 외벽에 붙어있는 것을 내가 뭐 어쨌다는 것일까.


아니, 내가 왜 배관 전문업체를 불러야 하는가? 집이 오래돼서 하수구와 세면대가 자주 막히기는 하지만, 나도 매번 내가 뚫어서 썼는데, 그리고 당연히 물이 안 내려갈 정도로 완전히 막힌 게 아니라 조금 천천히 내려가는 정도다. 집주인이 입주청소를 맡겼으면 걱정할 것 없는 부분이다. 내가 들어올 때도 몇 개월간 입주자가 없어 묵은 때를 스스로 치우고 들어온 상황이다.


여하튼 내가 말만 하면 자꾸 자기 말만 꺼내시는 분이라 아예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간 낸 장기 충당 수선금이 40만 원, 보증금이 150만 원이 현재 집주인에게 있는데, 거기에 40만 원이 더 필요하다고 내놓으라고 한다. 물론 증빙자료나 견적도 없다. 자꾸 자기가 찍은 사진만 보내주면서 세입자들이 수선해주라는 요구가 빗발친다고 한다. 이렇게 보증금을 받지 못한 지 15일이 지났다.


자,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방안은 다음 편에 공유하겠다.





2편

https://brunch.co.kr/@bakyak/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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