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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pr 11. 2022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줘요 2: 나 홀로 전자 소송

생애 처음으로 소송을 걸었다 


1편 먼저 읽어주세요 ~

https://brunch.co.kr/@bakyak/125



도저히 안돼서 소송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고 일단 내용증명을 먼저 보냈다. 소송전에 이러이러한 문제로, 이날까지 금액을 안 주면 소송을 하겠다는 공적인 문서를 보내는 일이다. 보통은 이런 문서가 오면 합의가 된다고 하지만, 우리 집주인은 진심으로 본인이 피해자라고 믿고 있는 게 문제다. 여하튼, 그날 내 전화기에는 부재중 통화와 문자, 보이스톡과 카톡이 빗발쳤고, 내용증명은 계속해서 부재중으로 반송되었다.




내용증명이 반송되면 반송 비용까지 내가 지불해야 한다. 몇 천 원이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내용증명의 지급기한은 꽤 시간을 주는 게 좋기 때문에, 여기서 약 이주를 또 소요했다. 벌써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한 달이 지났다. 내용증명의 보증금 반환일이 지나고 나서는 전자소송에 들어갔다. 인터넷 사이트도 워낙 잘되어있어서 예시까지 다 나와있다.




후기를 찾는데 월세 보증금을 떼먹는 경우는 워낙 없다 보니 후기도 별로 없다. 전세 보증금은 그래도 꽤 있는 모양이다. 인생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찾았다. 판단하는 사람은 원고와 피고, 양 측이 기본적으로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하며, 증거만 보고 판단한다는 글을 읽어서 구구절절 길게 쓰지 않고 꼭 필요한 핵심 내용만 적었다. 내게 유리하지만, 판단자 입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내용은 적지도 않았다.




이러이러한 점이 문제라는 소장을 적고 입증자료를 을 올리면 된다. 문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금방 적을 만큼 형식은 간단했다. 청구취지는 최대한 단순하게, 청구원인은 감정을 빼고, 사실만 나열했다. 거짓을 한 줄이라도 넣지 않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이게 먹혔는지 수정 요구는 따로 오지 않았다. 이렇게 내면, 법원에서 피고에게 연락이 가고 피고가 답변서를 적어서 본인의 의견을 기술한다.




사람인지라 모르긴 몰라도 이 글도 그렇고, 소장도 그렇고 본인에게 유리하게 쓰인다. 온 답변서를 보니 감정적인 부분과 견적도 없는 최저 손실금액이 눈에 띄었다. 추후 참고자료가 온 것을 보니 추가 서류를 법원에서 요청한 모양이었다. 모든 조회와 자료들은 웹에 저장되어 있다. 지역이 작아 금방 판결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달 반 뒤쯤 변론기일에 법정에 출두하라는 변론기일 통지서가 왔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려나 보다.




지금 나는 보증금과 장기수선충당금과 지연 이자를 받고 싶다는 게 취지였고, 피고는 장기수선충당금은 구도 합의되었고, 아파트 내부시설을 훼손 및 파손시켜서 원상복구 비용이 보증금보다 더 높다는 것이 취지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파트가 훼손 및 파손되었는지, 그에 따른 책임이 월세 세입자에게 부담이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과 중요 쟁점일 것이다. 




피고가 보낸 사진은 주로 도배지의 문제와 뜬 몰딩, 청소상태에 대한 사진이었다. 그렇다면 입주청소의무가 입주청소를 받지 않고 입주한 월세 세입자에게 있는지 아닌지도 중요 쟁점에 포함된다. 나는 세월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훼손된 부분들의 수리는 주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피고가 주장하는 증거들이 실제 아파트 훼손으로 인정이 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어쨌든 피고와 원고 둘 다 자신이 진심으로 피해자라고 믿고 있는 상황이다. 판사가 보자마자 딱 사이즈 나올 조그만 소액재판이지만, 결과가 어찌 되었건 내 인생으로 첫 나 홀로 소송이고 소장 작성 등 배운 것도 많은 경험이었다. 다음에 어떤 큰일이 생기더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조금 생겼다. 이번에 느낀 점은 돈이 급한 사람은 이 몇 개월의 법 처리를 당장 기다릴 수 없겠구나.. 정도가 있다.




관련 주제의 다음 글은 아마 변론기일 후에 적게 될 것이다. 솔직히 내게 유리한 결과가 깔끔하게 나오면 좋겠다. 그간 시간도, 신경도 많이 썼는데 사실 받아봐야 본전이지만.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막상 하니 생각보다 별 것 아니고 신경도 덜 쓰인다. 비용이 작아서 그럴 수 도 있지만, 살면서 또 하나를 배웠다는 뿌듯한 감정까지도 든다. 




앞으로 이사를 갈 땐 뭐가 되었든 더 명확히 해야지.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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