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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Feb 18. 2022

갑자기 아뜰리에가 하고 싶어

평생의 로망 

엊그제 아는 동생이랑 카페에서 로망 얘기를 하다 아뜰리에 얘기가 나왔다. 평생 꼭 하고 싶었던 일중에 하나는 늘 아뜰리에와 책 읽는 공간 운영이었다. 사실 그런 공간에 다니는 것도 흠모하지만, 지역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는 적당한 아티스트 코워킹 공간은 없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즈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경험이 너무나 하고 싶었다.




어쨌든 이제는 돈을 벌 때도 됐긴 됐다. 마침 일을 하고 싶어서 부릉거리기도 했고, 지원사업이 쏟아지는 봄이 오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로망을 실제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문화기획을 하면서도 항상 턱턱 막히는 일은 편하게 쓸만한 공간이 없다는 거였으니까. 아뜰리에를 만들면 레슨도 좀 더 들어오지 않을까? 어차피 외부 사무실과 작업실을 만들 거라면, 그래 사업자 까짓 거 하나 걸자. 그냥 지금 하자.




문화 사업을 지금까지 머뭇거렸던 이유는 항상 경제적 이유였다. 돈을 벌기에 애매한 구조, 쓰자니 끝없는 구조. 내 창업 준비는 자본금이 꽤나 넉넉할 때 시작될 줄 알았는데, 삶이 언제나 그렇듯 개인자금이 0원일 때, 가장 빈곤하지만 시간은 가장 많은 시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이젠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용기가 났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월세와 관리비쯤이야 어떻게든 낼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한 자신감이 솟구쳤다. 나를 믿고, 어떻게든 머리를 지혜롭게 잘 써보면 돈도 꽤나 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다고 한참을 떠든 것들은 집에 와서 '해야겠다...'로 바뀌었다. "나 아뜰리에로 사업해볼까?"라고 괜히 택이에게 물어보니 일단 하란다. 아뜰리에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내가 한다니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남도 나를 이렇게 믿는데.. 내가 나를 못 믿어도 되겠나 싶다.




마침 단톡에 엊그제 올라온 청년창업 지원사업이 떠올랐다. 3월 3일이 작성 기한이었다. 사업계획서 작성이야 뭐 기존에 직업이었으니까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역시나 비즈니스 모델이 걸린다. 지역특화니, 서비스업이니,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이야 신나게 기획하고 놀겠지만 어쨌든 창업이 아닌가. 꾸준히 뉴스레터로 트렌드를 읽고 있는데 ai친환경이라는 키워드는 언제나 탐이 났다. 어떻게 방향성을 치밀히 연계할 수  있을까.




평소 추진력도 일처리도 빠른 편이다. 작성 기한이 부족하다 느껴지진 않았지만 먼저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다. 이상하게 늘 이런 마감 있는 프로젝트들은 마감이 가까워져야지만 꼭 괜찮은 생각이 난다. 우리 동네는 관광지도 아니고, 오히려 타지 사람들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소도시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관광객 시장은 좁을 테다. 그래서 월세가 싸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긴 하지만. 대상 설정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여유자금이 전혀 없다. 그렇지만 그래서 창업을 못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상엔 지원사업도 많고, 내가 몸빵 할 수 있는 영역도 넓으니까. 물론 자금은 많을수록 좋지만, 방법은 찾아가는 자의 몫이다. 다만 이제 다시 바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 이 무자본 창업의 과정을 브런치에 남기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 없으면 벌어야지, 뭘 어쩌겠어.




일단 다 필요 없고 뭘 할지를 심플하게 정할 때다. 먼저 내가 하고 싶은 건 뭘까? 누구나 미술작업이 가능한 아뜰리에가 하고 싶어. 편하게 책 읽는 공간이 있었으면 해. 데탑과 복사기가 있는 사무실도 있어야 해. 이왕이면 마당도 있고 볕이 잘 드는 곳이 좋겠지. 그리고 난 프리 했으면 해. 매이기 싫다. 노래방 소개팅 같은 재밌는 프로젝트도 할 수 있었으면 해. 나만의 색이 묻어나는 곳이면 좋겠어. 우아하고 고급진 취향.




그렇다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해야 할까? 목표와 비전이 뭘까? 이 사업으로 세상이 어떻게 나아질까? 또..... 돈은 어떻게 벌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아마 이 조그만 소도시에 조금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는 것으로 존재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어쨌든 마감 전에는 답이 나올 테다. 일단은 평소의 삶을 살면 된다. 책을 읽고, 뉴스레터를 보고, 친구들과 관련해서 대화하고...




하고 싶은 것과 돈을 버는 것 중에서 항상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도 어쨌든 하고 싶은 걸 결정하게 된다. 그냥 이렇게 난 건지, 어쩐 건지. 지원사업은 많이 해봤지만, 창업은 또 처음이라 새로운 필드가 펼쳐지겠지. 다시 개인자금이 0원이 된 순간, '아 인생 뭐 있나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지'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아마 내게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면, 뛰어들지 못했을 테다. 그러니까 지금이 타이밍인 거지.




한 10년 뒤에는, '그래 그때 시작하기 참 잘했지'라고 답하게 되겠지. 그러니까 나를 믿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전공하지 않았어도 어찌어찌 미술을 꾸준히 했더니 최근에 신생 미술협회에 총무로 들어가게 되었다. 20대 내내 열심히 산 값을 30대에 보상받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30대도 열심히, 치열하게 달려 40대의 보상을 준비해야겠다. 이렇게 난 지금,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준비는 짧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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