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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Dec 24. 2022

계획이 변경될 때

가족여행이 취소되었습니다.

일 쉬면서 나름 1월에는 괌, 2월에는 아제르바이잔이라는 계획이 몇 달 전부터 있었는데, 갑자기 가족들이 가족여행 포기 선언을 했다. 1월에 설날만 없었어도 2월 여행을 앞당길 텐데, 어중간하게 설날이 껴있어서 1월이 통으로 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병이 있어서 벌써 1월을 어떻게 조각조각 써야 하는지 머리가 비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 갑자기 변경되는 계획은 싫다. 특히 시간관련해서 민감한 편이다. 이번에 괌에서 다이빙 자격증을 따면 수영도 길게 배운 김에, 다음에 해외나 동해가서도 톡톡히 놀기 좋았을 텐데, 국내 1월 바다는 너무 차다.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1달만 쉬기에는 몸과 마음이 꽤 소진되었긴 했다. 어쨌든 적어도 2달 정도는 쉬어야 한다.


결혼을 하기 전이라면, 명절이고 뭐고 신경 안 쓰고 1월에 풀로 다녀왔을 텐데. 신혼에서도 꽤 자유로운 편이지만 속이 쓰리다. 아이를 낳기 전 마지막 장기휴무를 꽤 기대하고 있던 터다. 그전에는 해외에도 별로 관심이 크지 않았는데, 요즘은 해외 관련 콘텐츠들을 보다 보니 관심이 많이 간다. 2월에 떠나는 여행은 그저 해외여행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싶은 풍경들을 보고, 관찰하고 오는 여행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뭐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오려고 가족여행이 취소된 거라고 일단 이렇게 믿기로 했다. 아빠는 결혼했는데 혼자서 무슨 장기해외여행이냐며 말리지만, 곧 커리어고 시간이고 다 끊길 예비 엄마의 마음은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다급하다. 육아는 내 모든 걸 포기해야 할 일인데, 고깟 여행이 뭐라고 고민해야 하나. 뭐든 욕이야 한 번 먹으면 말 일이고, 내가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은 길다는걸 너무나 잘 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혼자 떠나온 부산은 꽤 재밌었는데, 순식간에 기분이 좋지 않아 졌다. 아후... 하지만 더 좋은 기회가 오려고 취소된 거라고 믿기로 했다. 1월이나 2월에는 그때 취소되기를 잘했다고 얘기하고 있을 테다. 남을 탓하면 한도 끝도 없는데, 가까운 가족에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다. 내 기분은 언제나 그렇듯 금방 좋아질 테다. 넘어진김에 일단은 1월초에 시댁과 간단한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살면서 참 다양한 계획들이 갑자기 변경될 때가 있다. 혹은 어떤 건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이왕이면 기존 계획대로 하는 걸 택하곤 한다. 바쁘지 않으면 취소하고 쉬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고, 나가는 게 뭐라도 더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걸 하면서 뭔가를 얻을 때도 많고.


이번 부산여행도 사실은 굳이였다. 부산을 오면 차량을 잘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뚜벅이 여행을 하는데 그게 영 불편하기도 하고 멀리 올 필요도 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와서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사람구경을 하니 재밌기도 하다. 덕분에 내일은 다른 커플과의 약속도 잡혔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아무래도 새로운 세상을 만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겠지.


계획이 갑자기 변경될 때는, 그냥 그러한 변경이 더 좋다고 믿으면 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긍정적인 생각이자 실제로 가끔 그럴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기존계획이 내 인연이 아니었다고, 대신 더 좋은 인연이 있는 일이 오고 있다고 믿으면 된다. 실제로 이번 계획이 취소되고 더 좋은 일이 생길까? 나도 궁금하다. 더 좋은 일이 생긴다면, 내가 꼭 다시 글을 쓰고 말리라!


무언가 내게 투자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 아예 다른 환경에 가는 것도 좋고, 배우는 것도 너무 좋고, 해외를 갈 수 있는 기회면 더더욱 좋다. 세상은 넓고, 난 넓은 세상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으니까. 늘 가능성을 꿈꾸면서 하나하나 시도해 보고, 미끄러지다가도 다시 올라가고 싶다. 세계 최고보다는 유일무이한, 아주 고유한 존재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은 필수라고 본다. 나는 오늘도 나중의 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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