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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Mar 06. 2023

절대로 가만있지 못하는 성향

심심함을 못참아 

여행은 끝났다. 본가도 다녀왔고, 집에서 쉬는게 정확히는 처음이다. 오후가 되고 남편이 출근하자 벌써 심심해진다. 일은 한달 뒤에 시작하기로 했다. 일을 시작하면 또 정신없이 바쁠게 뻔하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더 즐겨도 될 텐데. 어찌 이렇게 야속하리만치 시간아까운걸 못 참는지 모르겠다. 스스로가 미울 정도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집안은 답답해지고,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든다. 어느 날은 혼자서도 내내 잘 놀다가, 결국 친구를 불러 시원하게 수다떨며 마무리하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나가서 일을 하거나, 돈을 벌거나, 혹은 돈을 써야만 직성이 풀리는 날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시간의 공백과 여유로움을 잘 즐기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유로움은, 바쁜 일과에 치이다가 한 두 시간 까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하는 것. 그런데 시간이 통으로 주어지면, 여유로움이 아니라 조급함이 된다. 언제나 낮선 자극에 익숙하고, 익숙한 것들에서는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이러한 성향은 가끔 내게 새로운 기회를 불러일으키게도 하고, 괜한 시간낭비를 하게도 한다. 그냥 늘 바쁜게 차라히 마음이 편하다. 아예 할 것이 없는 나날은 어차피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스스로 왜 이런지 모르겠고, 이러한 점이 싫을때도 많다. 외향적인 성향에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만나자면 꽤 많은 사람을 만날수 있지만 사실 아무나 만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뭔가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나 지적자극이 되면 최고다. 나는 다양한 사람을 아주 가끔만 만나고 싶다. 알 수 없는 성향의 인간관계다. 


심심한건지, 외로운건지, 우울한건지도 이제 모르겠다. 혼자 있는 시간이 꽤 되면 이런 생각들이 슬금슬금 기어나온다. 드라마도, 영화도, 책도 재미가 없다. 그런데 이 감정은 너무 세서, 날 자꾸만 움직이게 한다. 하루를 박박 짜내 쓰지 않으면,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거다. 가끔만 성취하고, 가끔만 놀고, 가끔만 바쁘면 참 좋으련만.. 스스로에게 매일 고강도의 삶을 요구하는 거다. 남들은 무기력이 문제라는데,, 나는 전혀 다른 성향이 문제가 된다. 집에서도 종종종종..하루를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릴렉스하기 위해 다녀온 5주간의 유럽여행. 진짜 릴렉스한 날이 몇이나 될까. 여전히 난 쉬지 못했다. 카즈베기에 눈때문에 갇힌 삼박사일이 최대로 쉰 여정이였던것만 같다. 종종 전기가 끊기고, 종종 단수가 되는 곳에서도 와이파이는 잘 터졌다. 내가 너무 편하게 잘 못쉬어서.. 처음에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럼에도 푹 쉬려고 하는 마음이 문제인 것만 같다. 심심하면 그걸 느끼고, 해결하려 애를 쓰는게 더 맞는것만 같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드는 기저에는, 현재의 물리적인 것들이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뭔가 더 키우고 싶고,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기저에 있으니까 더 종종거리게 되는 거겠지. 지금의 커리어도, 월급도, 모은 돈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으니까. 그런데 또 삶 자체는 마음에 든다. 반은 미래를 촘촘히 준비하고 싶다가도, 반은 또 현재를 즐기고 싶다. 가끔은 남들이 이미 빨리 달린게 부럽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빨리 달리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남을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닌거같다. 사실 그럴 여유가 없다.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기에도 나날이 바빠서.


뭔가 열심히 하고 싶은데, 종종거리고 싶은데 할 게 없을때가 가장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꽤나 빈번히 있다. 물론 늘 일이 있고, 미리 해놓으면 좋은 일이 많은데, 마음은 그런데 지금 마음이 동하는 일이 없을때. 이상하게 꼭 급하게 뭔가를 해내는게 더 마음 편하단 말이야. 그래도 정 할게 없으면 뭐든 미래 마감에서 미리 꺼내와서 해야지. 난 내가 원할때, 할 수 있는만큼만 디지털로 해도 되는 사이드잡이 있었으면 한다. 그럼 서로 얼마나 좋을까, 원할때 일하고 아니면 말고. 시간이 남으면 부업도 되고.


주위 사업하는 언니들은 사업하면 바빠서 할 게 없을 시간이 없을거라고만 하지만, 일단 사업은 아가 낳고 키우면서 해보고 싶다. 지금은 주어진 일들도 있을 뿐더러, 커리어를 쌓는 분야가 있어 유기적으로 시간을 내야하는 일들이 필요하다. 육아에만 집중하는 것도 성향상 어차피 못할것만 같고. 여튼, 다음엔 꼭 해보고 싶은 일들 중에 하나기도 하다. 뭔가 내 능력을 아직은 다 펼치지 못하고만 있는것 같아. 공부도 더 필요하긴 하지만, 그런 시장을 어서 만나고 싶다. 여기는 지방이라서,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구린 변명은 하지 않기로 한다.


할 사람은 어디선가 무언가를 하려 해도 하겠지. 운이 안좋은게 아니라 내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거고. 가만히 앉아있다고 재밌는 일이 굴러 들어오지는 않겠지. 그래서 뭐라도 나가보고, 배워보고, 해보려 하는게 맞는것만 같다. 나말고도 이런 성향이 꽤 많을텐데, 늘 바빠보이는 그들의 삶 구석구석도 허망함이 있을까. 왠지 그냥 보내는 것만 같은 오늘이 아쉬워 한자 한자 눌러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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