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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Dec 11. 2023

월요일의 일정정리

다이어리로 맞이하는 한 주

월요일이다. 매주 월요일이 되면 다이어리를 꺼내들고 아침부터 일정정리를 한다. j에 가까운 p인 나는 얇고 넓은 일정들이 많아서 정리하지 않으면 다 까먹고 만다. 이전에 잡힌 약속들은 먼쓸리에 기재해서 시간만 안겹치게 관리하고, 매주 월요일에 도톰한 다이어리에 위클리를 꼭 써줘야 맘이 시원하다. 이번주의 흐름이 한 눈에 보이기도 하고. 날만 정하고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던지, 시간만정하고 날을 정하지 않았다면 내 새벽 톡을 받게 된다.


이번주는 12월달이라 꽤 모임이 많다. 다음주 수요일부터 약 일주일간 이 소도시에 없기때문에, 약속들을 일찍 몰아 잡았다. 요즘은 공연도 꽤 있다. 이번주는 오랜만에 얼굴보는 사람들이 많다.송년회와 공연도 있고, 퇴사한 직장에서 송별 점심과 티타임도 있고, 독서스터디와 매달 하는 파티까지 포함되어 있다. 주 2회받는 미싱레슨과, 1회의 아뜰리에, 매일 아침마다 수영하는것까지 포함하면 일상은 꽤 정신없이 흘러간다.


글을 쉬는 기간동안 사실은 내내 너무 바빴다. 일이 바쁘고, 퇴근후에는 뭔가를 배우거나 행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주말은 여행을 가거나 일정이 있거나 뭘 하느라.. 전시도 많았고, 행사도 많았다. 뭐가 어찌 흘러간지도 모르게 쏜살같이 계약 7개월이 훅 흐르고 난 다시 백수가 되었다. 늘 시간이 생기면 가장 먼저 잡는게 글인것 같다. 가장 컨텐츠가 많을때는 바빠서 기록도 못하다가, 심심해지고 나서야 난 꼭 흰 여백을 찾는다. 그래서 sns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글이 잠잠해지나보다.


중간중간 스토리나 인스타에는 글을 많이 썼었는데, 브런치는 참 오랜만에 찾는다. 사실은 긴 글을 매일 쓰는건 아주 좋은 습관이다. 마음속 치유도 좋고, 다음에 다시 봐도 좋고.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 이런 디테일들은 쉽게 잊히기 마련이니까. 가끔 우연히 이전 글을 읽다 보면, 그때가 훤히 생각나곤 한다. 글이 길어지면 보는 사람들은 재미없어지지 모르겠지만, 난 타인을 위해 글쓴적이 없는 이기적인 화자이니까. 그래도 나름 글이 쉽게 읽힌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다. 그러니 이 이기적인 화자를 이해해주시길.


연말에 모임이 많아지면서, 비례하게 받는 연락이 있다. 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이번 약속에는 참여하지 못할것 같아 ㅠㅠ 미안해. 이런 연락은 신기하게 꼭 당일 아침에 온다. 그간 여럿이서 시간을 맞춰놨는데... 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본인 컨디션은 본인이 관리하는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약하다면, 가능한 정도로 사적 약속을 잡고, 일이 많아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해결이 가능한 정도로 일을 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년은 본인의 체력에 대한 이해를 높히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급작스럽게 아프거나, 큰 일이 생겨서 약속이 취소될 수 있다. 몸을 사용하는 직업은 또 예외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또 다음에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약속을 쉽게 취소한다. 나는 한 번의 행동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미루는 사람은 쉽게 미루고 취소하는 사람은 쉽게 취소한다. 이건 잘못은 아니지만,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동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신뢰를 떨어트리는 사람과 굳이 내가 함께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정관리는 꽤 중요하다. 정말 꼭 가야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내가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일정만 짜는 것. 하루정도까지 컨트롤 할 수는 없고, 일주일정도는 너무 심심하지도 않고, 너무 바쁘지도 않게 정리하는게 중요하다. 물론 이벤트가 있는 주나 달은 유난히 바쁘기도 하지만. 그래서 내가 통 시간을 꽤 낼 수 있는것 같다. 그 통시간들을 유용히 쓰는 경우가 많았다. 거의 다 여행이기는 했지만, 일주일씩, 어디를 다녀온다는건 사실 쉽지는 않으니까. 


이벤트가 가득한 12월, 백수의 시간이 가득한 이번주도 부디 재밌고 흥미롭기를 바란다. 오늘은 꽤 심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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