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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의 외로움에 대해서

by 박약

벌써 여행 20일차. 약 3주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했다. 일주일은 아제르바이잔 수도에서 자유롭게 그냥 살다가, 약 10일은 여기서 만난 인도인 친구랑 투어를 다니다가, 나머지는 또 아르메니아 수도에서 살고 있다. 계획이 전혀 없던 나에게 친구는 모든 여행일정을 쉐어해주고, 정보도 쉐어해주고, 영어번역과 2나라의 입국까지 많이 도와주었다. 하는 말마다 친절하고 스윗했던 천사같은 친구였다.


10간의 투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세게 진행됐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렀다. 아침에는 챙기기 바빴고, 저녁까지 투어를 가기 바빴고, 저녁에는 저녁밥을 먹고 호스텔로 돌아와 쉬기 바빴다. 이렇게 공부하면 내가 서울대를 갔겠지;라는 생각이 절로드는 여행루트였지만, 덕분에 아주 명소들을 꼼꼼히 볼 수 있었다.


너무 고마워서 꼭 밥 한끼정도는 사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밥 한끼도 절대 못사게 하더니 다시 인도로 떠났다. 베지터리언이였던 그친구는 인도 과자들과 물도 한통사서 비닐째 추면서, 내가 너무 슬프다고 하니 자기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깔끔하게 떠났다. 다시 두바이로 돌아가 공부를 할 요량이였나 보다. 친구가 나고 난 눈물이 났다. 낯선곳에 다시 혼자 남겨진 것만 같은 기분. 갑자기 무섭고 슬퍼졌고, 심지어 외로워졌다.


그래도 오래 함께 다녔다고 정이 들었나보다. 친구가 가고 난 투어를 가지 않았고, 혼자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마 그래서 더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현지인 친구들이 생겼고, 약속을 잡느라 투어를 잡지 않은 것도 있고, 이 곳은 관광화가 덜 되어서 원하는 투어가 매일 없기도 했다. 그래서 외로움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완전히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표정이나 제스처, 나눴던 많은 대화들으로 끈끈해졌는데.. 그는 꼭 그의 결혼식에 나를 초대한다고 했지만, 사실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너무 아쉬웠다.


이곳은 새롭게 친구사귀기가 너무 쉬운 곳이다. 누구나 눈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기분을 물어보고. 동양인이 잘 없는 지역이기에 신기해하고, bts팬들은 또 아주 반가워한다. 사실 난 그들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잘 모르지만.. 여기선 누구나 쉽게 함께 밥을 먹고, 만났다 헤어지면 너무 좋았다고 연락을 한다. 우린 여기서 헤어지면 다시 언제 볼줄 모른다. 물론 인스타그램으로는 이어져있지만..


친구에 대해 크게 마음을 두는 편이 아니였는데, 오래 여행을 함께 하다 헤어지니 마치 이별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그 친구와 잘 맞았는데, 그가 가서일까 아니면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일까. 처음부터 아예 혼자일때는 정말 아무렇지 않고 재밌었는데, 사람 마음은 참 쉽게 변한다. 일부러 수영도 가보고, 공연도 예약해보고 플렉스를 해보고 가서 즐겨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사람을 가장 망가트리게 하는 일은, 제일 소중한 사람이 된 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완전히, 동감하는 바다.


친구가 가고 실제로 스몰톡 할 일도 많이 줄었다. 혼자인 시간이 늘었고,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심지어 발레를 보면서도 졸 정도였다. 호스텔에서는 컨디션이 괜찮은데, 꼭 나가면 엄청나게 피곤해진다. 미치도록 대놓고 아픈것도 아닌데, 뭔가 아주 은은하게 아파오고 있다. 몸이 아프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까워진다. 좋아하던 독서도 재미가 없고, 한국 영화도 끌리지 않는다.


제일 걱정할거라 생각했던 남편은 생각보다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쉬는 날 말고는 차이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서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많은 한국 친구들과 통화를 했다. 길게했더니 괜히 반가웠다. 다들 부러워하고, 내가 생각해도 소중한 시간들인데 사람의 감정은 힘이 세다. 그래도 난 이것 저것 시도하고, 노력하고, 즐기려 하고 있다.


내 앞에는 두 대학생이라는 프랑스인들이 시원하게 수다를 떨고 있다. 농담도 잘 알아듣고, 함께 시원하게 웃는다. 함께 여기에 왔다는데 부럽다. 혼자 장기여행은 여행은 해봤으니, 다음에는 꼭 친구와 올거다. 남편은 이런류의 여행을 좋아하지 않기에 여자애들이랑 소근거리며 하는 여행은 더 재밌을것만 같다. 혼자 있는것도 좋아하고 잘 하는데.. 바쁠때 며칠가는 호캉스는 그렇게나 천국이더니, 길게 놀라고 해도 못노는게 웃긴다.


솔직히 외롭다. 정말 모두가 잘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그럴까. 너무 예쁜 풍경에, 너무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난 외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도 배워야 할 필요가 있겠지. 이번 고비만 넘기면 나름 또 잘 적응하며 잘만 다닐텐데. 삶은 주어진 것이라 믿기에, 어떠한 메세지를 위해 이러한 시간이 선물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외로움을 인정하고, 한번 이겨내 보려고 한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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