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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an 02. 2024

뭐든지 바람구멍이 필요해

사람사이에는 더 



원체가 다른 사람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상업적으로 가려면 타인이 원하는 것들을 해줘야 빠른데, 난 내가 늘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하고싶은 말도 다 하고 나서야 좋으면 있어라, 아님 가라 라는 식이다. 처음에는 부드럽고 친절해 보일지 몰라도, 알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라도 빽빽하면 서로 지치곤 한다. 하나에 집중하거나 결코 올인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남편과도 6년을 사귀고 결혼했다. 아마 날 아는 사람들은 다들 의외라고 생각했을건데, 워낙 사람을 많이 만나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를 잘 가지는 편이다. 한 사람을 이렇게 오래 만날줄이야, 내 눈이 안 돌아갈줄이야...나도 의외였으니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연애에 올인하지 않아서 가능했다. 그 남자에게 올인하지 않았다는게 아니고, 연애가 인생의 전부인마냥 굴지 않았다는 거다. 근데 연애가 인생의 전부인것처럼 사귀는 친구들도 본인 스타일이라면 참 의미있는 사귐이라고 본다.


장기 연애를 하면서도 친구들과 여행도 잘 다니고, 술자리도 잘 다녔다. 물론 클럽에서 놀거나 이성들과 헌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남자친구가 전부인 것처럼 살지는 않았다. 서로 좋은 말만 하면서 바람구멍을 만들어뒀다. 20살때부터 꼬박 하고 있는 운동도, 5년째 하고 있는 작업들도, 심지어 문화기획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다 마찬가지다. 그 세계가 전부가 아닌 것처럼 사는 것. 새벽에 운동을 다녀오면 운동에 대한 생각을 접는 것. 너무 열심히, 목숨걸고 매달리지 않는 것. 소화할수 있는 정도만, 무리하지 않으면서 그 속에서도 새로운 이벤트들을 만들며 성장하는 것.


모든 것에는 바람구멍이 필요했다. 너무 자주만나면 이야깃거리도 없어지고, 질리기도 한다. 너무 친해지고 싶어서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그래서 관계가 더 어그러지기도 했다. 과함은 언제나 부담을 낳으니까. 먼 친구들은 분기별로, 혹은 일년에 한 두번씩. 가까운 친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그리고 당일에 마음 먹으면 놀러갈 수 있는 친구들까지 있으면 좋겠다. 백수면 일주일에 3일정도는 약속이 있고, 나머지는 혼자서 보낼, 그정도 바람구멍으로 일상을 살고 싶다.


하나에 미친듯 집중하는거, 그래서 그 실력 쌓는거 나는 자신없다. 남들이 좋아하는 뾰족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데, 그런거 찾는것도 못하겠다. 나는 그냥 느리더라도, 내 결을 세상에 맘껏 펼쳐보이고 나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나가려 한다. 그게 나만의 어쩔수 없는 브랜딩이다. 그래서 팔로우수보다 글이 훨씬 많은 브런치도 100명이 목표고, 인스타그램도 1000명이 목표다. 많지 않아도속도가 느려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소통하는게 좋다. 


바람구멍 슝슝 있는 커리어와 일상들. 빠르진 않지만 그래도 내 편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나는 이 속도와 안온함, 그리고 갖춰지는 내 자연스러운 본질들이 좋다. 가끔 만나 업데이트되는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에, 그 시간만은 온전히 집중하고 할말도 참 많다. 뭐가 그렇게 세월은 빠르고, 사람들은 발전하고 있는지. 멋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밖에서는 또 나의 천천한 일상을 요약해서 들으니 대단하다고도 한다. 이 사이 사이들을 사랑하고 또 감사히 여기기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서로 따뜻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부의 외로움들은 버텨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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