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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an 04. 2024

터키여행이 취소되었다

아쉽게 되었다

터키여행이 취소되었다. 임신 6개월차, 아이를 낳기 전에 친구들과 한번 복잡스럽게 2주간 터키에 다녀오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한 명은 요리를 잘 하는 친구로, 한 명은 영어를 잘하는 친구로 나름 구성에도 신경을 썼고 성격도 다 둥글둥글 유한 친구들로 잘 정해졌는데 한 명이 갑작스레 빠지게 되면서 오리무중이 되었다. 2-3주 뒤에나 갈 계획이였는데, 아무리 예약을 안했다지만 이렇게 급하게 빠지다니.. 이제 시간이 촉박해 동행을 더 구할수도 없는데. 인연이 안되 이렇게 된 일이고, 상대도 뭐 어쩔 수 없었겠지만 너무 늦게 말해줘서 아쉬웠다. 솔직히 그 친구와 벌리는 일은 같이 하지 말아야지 싶다. 나는 이런 한번의 결정을 되게 크게 보는 편이다.


배는 점점 불러오고, 해외를 다녀올 수 있는 기한은 짧다. 다른 친구는 둘이라도 가자 했지만 내가 홀몸이 아니라 혹시 컨디션이라도 나빠 쉬어야 한다면 그 친구가 너무 묶여있게 된다. 귀한 돈과 시간들을 들여 온 해외여행에서 괜히 재미라도 없으면 그 죄책감을 어떡할거야. 그래서 처음부터 복수로 계획한 거였다. 내가 쉬더라도 둘은 재밌게 놀 수 있게. 아무리 컨디션과 체력이 좋다지만 임산부랑 흔쾌히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한 그 마음들도 솔직히 고마웠다. 다행이 다른 친구는 쿨하게, 그럼 혼자 프랑스라도 다녀와야겠네. 했다. 기간을 짧게 가까운데라도 다녀올까 했는데, 혼자 프랑스가 천배 나을것 같아 다른 말을 삼켰다. 시간이 되면 국내라도 둘이서 다녀오자고 해봐야겠다.


사실 2월에도 혼자 5주간 동유럽에 다녀온 탓에, 해외여행이 뭐 아주 크게 꼭 가야겠다!! 싶은 정도는 아니였다. 2월에 겪었던 추위가 무섭기도 하고. 다들 아가 낳기 전에 다녀오라지만, 낳아서도 아이가 아주 어릴때가 아니면 크게 묶이지 않을 예정이다. 또 언젠가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유학하려면 살아야 할 것이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가 어릴때 가족이 해외에서 살 기회가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떠날 것이다. 살다보면, 또 원하다 보면 그렇게 되겠지.. 싶은 마음이랄까. 물론 만삭전 해외를 갈 기회가 또 있다면 쉽게 채비해서 다녀올 것이다. 


그래도 뭔가 1월에 빅 이벤트 같은 느낌이였는데 설렘이 저물어 아쉽다. 아낀 시간이야 일상속 루틴들을 이제 충분히 만들어놔서 괜찮을거고, 아낀 돈으로는 뭘 할까. 여기서 안쓰면 어짜피 또 어디선가 쓰게 되긴 한다. 일단은 현금을 비밀스레 킵 해두는 걸로. 좋아 좋아. 1년간 내가 월급외로 모은 돈이였다. 올해는 부업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1년을 모으니 그래도 여행갈 정도는 되었다. 이건 진짜 개인시간을 투자해 모은 돈이라서, 그냥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래서 꼭 의미있는 경험에만 쓰려고 한다. 또 그런 기회가 생기겠지 뭐어.


남은 1월에는 그냥 웹 컨텐츠들을 만들면서 하고싶었던거 해봐야겠다. 오늘도 커피마시면서 했던 이야기인데, 사람이 루틴이 생기면 처음에는 적응하기 엄청 힘든데 하다보면 그냥 하던게 되서 에너지가 별로 안쓰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꾸준히 쓰다 돌아보면 참 성취한게 많아져 있다. 매일 하는 수영도, 목요일 마다 가는 그림도 그렇다. 그냥 일어나서 가는거고 때되면 가기 싫을때도 가다 보면, 1년후에 뭘 많이 해논게 있다. 그래서 아가 낳기전에 5개월간 집에서 할 수 있는 팟캐스트, 뉴스레터, 영상제작, 영어공부, 글쓰기, 교육공부까지 모두 루틴화 해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라 망하든 말든 도전해보려 한다.


다들 아가를 낳으면 엄청 바빠서 할 시간이 없어질꺼라 한다. 아주 어릴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근데 직장다니면서도 할 시간 없을 사람은 늘 없다고 한다. 난 9-6 근무하면서도 할 거 다 하는 사람이라 시간을 쪼개는 거에 아주 익숙하다. 그리고 시간이 그렇게 파편화되어있지 않으면 내내 그저 가는게 너무 아쉽기도 하다. 나는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그 쩔쩔거림과 애씀이 좋다. 너무 편한하고 쉬운 성취는 내가 원하지 않는다. 귀한걸 귀하게 가지고, 그 귀함을 알기를 바란다.


내 시선에서는 내가 성취한것들도 아직 너무 작다. 사람들은 이 작은 것들도 쉽게라보지만, 성격이라 보지만 사실 세상에 쉬운게 어딨겠나.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언젠가 다 노력으로 애써서 가진 것들 뿐이다. 그래서 난 내가 좋다. 어려운걸 어렵게 가지는게 멋지다. 지금이야 겉으론 우아하고 물 밑으로는 발을 동동 굴리는 백조지만, 예전에는 겉으로 우아하지도 못했다. 지금도 뭐 별거 아니지만 그냥 할말 다하는 성격대로 살고, 하고싶은거 할 수 있는 점에 충만히 감사한다. 물론 앞으로의 야망도, 욕심도 펄펄 살아 날뛰고 있다. 


여행 그자체보다는 설렘이 그리웠다. 아주 낯선 것들을 만날 일이 이 소도시에서는 너무 적으니까. 근데 또 사람이 버글거리고 시끄러운 대도시에는 가기 싫으니까. 이번 연말에 일주일정도 서울여행을 다녀오며, 서울도 참 할게 없다.. 라고 느꼈다. 먹고 보고 살건 많은데 할  건 없는 곳. 그건 서울이든 이 소도시든 지겹게 똑같았다. 외국에서는 그게 대화와 낯선 사람들의 만남과 스몰톡으로 어느정도 채워지는 것 같다. 한 사람이 오는 건 한 사람의 삶이 오는거고, 그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대면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일이다. 그래서 도시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작은 소모임정도는 만들었지만, 큰 구성들은 아직 만들지 못한것 같다.


낯섬을 만나는 귀한 기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그게 아쉬워서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세상에 이런 생각과 주제가 있다니! 하고 뇌에 반짝 불이 켜지는 기분이다. 뭐 일단 여행은 취소되었으니 일단 다른 곳에서 낯섬을 찾는 수밖에. 공부에서 좀 찾고, 일에서 좀 찾고, 관계에서 좀 찾고.. 나도 자꾸 낯선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그런 낯섬을 찾을 수 있겠지. 아마 1월달의 미션은 이게 아닐까 싶다. 낯섬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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