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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an 05. 2024

비누로만 샤워하기

다 챙기면 무거워요 

최근에 ~ 없이 살기 브런치북을 읽었다. 치약과 형광등까지 없이 살기라니.. 글쓴이가 대단했다. 사실 난 환경보호에 그렇게 열심인 편은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지구가 멸망해야 한다면.. 인류의 욕심이라기보다 이 넓은 우주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발전에 따른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순환, 생성과 소멸이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맥락이라고 보기도 한다. 인간의 욕심으로 환경이 더러워졌다면..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가 멸망하는게 맞지뭐.. 하는 정도의 입장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내 모든 불편함을 참을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난 내게 주어진 삶을 감사한 마음으로 최대한 열심히 살아보려 하기에, 그런 와중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보려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은 많지만, 텀블러 들고 다니기와 -바 쓰기가 제일 일반적인거 같다. 텀블러는 매번 노력하지만 사실 평소에도 짐임 많은 편이라 쉽지 않다. 대신 일회용품을 최대한 밖에서 쓰지 않으려 한다. 까페도 거의 들어가서 머그컵에 마시는 편이고.


그런데 어쩌다 내가 하나 잘 지키는게 있다. 바로 비누쓰기. 이건 사실 환경보호라기보다는.. 수영장 바께스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건데,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바디로션을 한 바케쓰에 넣으니 액체가 너무 많아서 무거웠다. 그래서 수영장 고인물들은 도브 비누만 쓴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비누곽과 도브 비누를 사서 썼다. 도브비누는 굉장히 부드럽다. 액체보다는 거품내는데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피부나 머릿결이 예민하지 않아 별 차이를 못느꼈다. 오히려 더 부드럽다고 느껴서 잘 썼었다.


근데 도브비누의 단점이 있다. 부드러운만큼 무르다. 수영장은 물기가 많은 곳이고, 너무 빨리 사용해서 심심하면 닳아 없어져 귀찮았다. 아, 무게는 딱 비누하나랑 바디로션만 드는게 너무 가볍고 좋은데. 또 다이소에서 파는 도브비누는 너무 작아서 큰 걸 파는 곳을 찾아다는 것도 귀찮았다. 집에 누가 선물해준 수제비누로 좀 써볼까. 그렇게 수제비누로 바꿨다. 돌잔치니 여행이니 해서 선물받은 수제비누가 꽤 있었다. 사실 비누를 선물받으면 화장실 핸드워시로 말고는 잘 안쓰게 되고, 굉장히 오랜 시간 서랍에 있곤 한다.


근데 수제비누도 좋았다. 물론 재질에 따라 좀 딱딱한건 거품내는데 시간이 더 걸리긴 했다. 근데 워낙 내가 성격이 둔감한 편이라 큰 차이를 모르겠었다. 일단 수제비누도 조금 빨리 쓰는 편이다. 그리고 크기가 큰 것들이 있어서 비누곽에 안들어가는 것들도 있었다. 주 5회 수영가서 아침마다 입수 전 후로 머리와 몸을 씼다보니 선물받은 수제비누를 다 썼다. 새로 비누를 사야하나 싶어 찾아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꽤 나갔다. 하나에 만원 정도.. 수영장에서 이삼주면 하나씩 쓸 거였다. 아니 이걸 또 돈을 써야해? 하다가 집에 안쓰던 비누들이 보였다.


선물세트를 받으면 옆에 낑겨져있던 비누들, 가끔 본가나 할머니집에서 받아온 것들이였다. 그래, 이거 쓰면 되지. 하고 일반비누를 넣어가기 시작했다. 비누곽에도 사이즈가 딱 맞았고, 나름 딱딱하게 응고되어 꽤 오래 쓰기도 했다. 비누로 몸을 씼을 일이 별로 없어 몰랐는데 샤워볼을 쓰면 굉장히 부드러운 거품들이 나왔다. 머리를 감을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때부터 비누 킬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누를 많이 쓰지 않는다. 그래서 할머니집, 엄마집을 돌면서 안쓴지 오래된(?) 비누들을 구해와 쓰기 시작했다. 딱이였다.


나는 수영장에 새벽에 다녀서 아침에만 샤워를 한다. 물론 땀을 흘리거나 겨울에 온 몸의 온도가 추울때, 혹은 여름에는 저녁에도 한다. 그래서 거의 수영장에서 하루 샤워를 하는 건데 오히려 비누를 쓰고 머리결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꽤 들었다. 아 원래 린스나 트리트먼트는 귀찮아서 잘 안했다. 피부도 뽀얗고 좋은 편이라 비누를 쓴다고 하면 비누만 써? 하고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도 재밌었다.


요즘은 하도 기술이 발전해서 기능성의 세안제품들이 큰 차이가 없는것 같다. 당연히 있겠지만, 다 어느정도 이상의 기능은 하는거 같다. 원래 난 여행가거나 하면 다 챙기기 귀찮으니까 어디서 받은 소용량이 있으면 샴푸든, 바디워시든 하나만 챙겨가서 그걸로 싹 씼는다. 짐 늘리기도 싫고 이거저거 다 챙긴다고 별 차이도 모르겠다. 남편은 종류별로 다 쟁여놓는 편이라 집까지 싹 바꿀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 일도 복잡하고 별 물건들도 많으니까 다 질린다. 욕실엔 비누 하나, 바디로션 하나로 간소화하고 싶다.


육아할때는 짐을 정말 최소한으로 만들 예정이다. 헉! 이래도 돼? 를 듣는게 목표다. 모든 물건은 빵꾸가 날때까지 혹은 기능을 상실할때까지 쓰는게 목표다. 아마 이건 살면서 내가 천천히 풀어낼 이야기겠지만.. 일단 애는 비누로만 씼기려 한다. 샴푸고 린스고 이런것까지 쓸 의향 없다. 그래도 예의상 아가 비누를 찾아서 쓸 예정이다. 조금 크면 짤없이 바꿔야지. 물론 선물들어온것들은 감사히 쓰고.. 


있는 물건을 다 써야하는데 생각보다 우리는 물건을 늦게 써서 적재해놓고 몇년이 훌쩍 지나가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생일도 선물문화보다는 얼굴보고 차 한잔 마시는 걸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있는지도 모르게 서랍에 있는 물건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먹을것들도 많다. 특히 선물은 내가 원해서 받는게 아니기때문에, 또 귀중한 물건들이 많아서 더 그러기 쉽다. 싼 물건들이야 좀 덜하지만, 비싼 물건들은 진짜 아깝기도 하다. 최대한 물건을 안 사야지. 있는걸 오래 오래 써야지.


여튼 비누로만 살기 아주 충분하다. 물론 피부가 민감하다거나 특이사항이 있으면 고민해봐야겠지만, 뭐 어느정도 평범한 경우라면.. 카자흐스탄에서 손수건을 뭉치로 사왔는데, 이제 손수건 쓰는것도 습관화 하고 싶다. 이건 환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날 위해서라는 이기적인 마음인데, 사실 어느정도 날 위하는 것과 환경을 위하는 것이 통하는 점도 있다. 이렇게 하나씩 바꿔가다보면 그래도 발전하는 내가 되겠지. 기대하면서, 최대한 오래 비누인생을 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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