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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an 13. 2024

김미경의 마흔수업을 읽고

10년뒤 준비하기

독서스터디 야망, 올해 첫 책은 내가 고를 순서였다. 원래는 인문고전으로 시작한 독서스터디였지만, 다들 어려운 책은 시간내 잘 읽어오지 않기에 점점 쉬운 책을 고르게 된다. 도서관에가서 샅샅히 살펴봤다. 어떤 책을 골라야 이야깃거리가 많으면서, 또 다 부담없이 읽어올까. 한참을 살피다 <김미경의 마흔수업>이 눈에 띄었다. 나는 올해 32살이 된다. 10년후의 그림을 그리는 것도 괜찮을것 같아서 이 책으로 골랐다.


이전 직장에서 근무했을때, 40살 초반의 미혼 직원이 있었다. 외모는 내 또래라 해도 믿겠는데, 나이에 대한 얘기를 유난히 많이 했다. 직종상 사람을 많이 만나는데 내 주변의 40대의 미혼은 나이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40대 초반도 있고, 중반도 있는데 가정을 꾸린 분들은 나이보다 더 관심있는 분야가 많아서인지, 나이얘기에 크게 치중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혼들과 얘기할때, 나이에 대한 걸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 분이 하도 심심하면 나이얘기를 해서, 내 40대도 저럴까 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사실 난 20대에 32살의 나는 상상해본적도 없다. 그냥 30대면 얼추 커리어우먼이겠거니.. 하고 아예 관심도 없었다. 그럼에도 30대는 오고, 벌써 32살의 첫 달을 맞이했다. 40대도 마찬가지다. 이제 30을 넘어가니 31이든 32이든 나도 헷갈린다. 지금 내 나이도 헷갈리는데 40살의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전혀 아무 관심도 없는거다. 얼추 애기들 키우고 있겠지, 사회에서 다시 일하고 있겠거니.. 싶은 정도랄까.


그런데 주변 40대 미혼분들이 하도 나이얘기를 하는 탓에, 내 40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옛날에 40대는 완전 뽀글머리 아줌마같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주변 40대를 보면 외모는 30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보인다. 물론 얼마나 꾸미고 다니는지에 따라 차이가 크기도 하다. 그런데 말투나 말 내용에서는 나이가 느껴진다. 실제로 체력도 많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왜냐면 수영장 50대분들은 나보다 체력이 좋다.


이 책을 읽어보니 40대가 재도약하기 좋은 시기고 제일 힘든 시기라고 한다. 왜냐면 일에 치이다, 가정에 치이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조금 크고 돈은 돈대로 많이 나가고 아직 정년퇴직을 앞둔 나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준비를 하기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조금 살아서 삶의 기조가 어느정도 세워진 나이이기도 하고 루틴이 좀 잡힌 때라고 한다. 음.. 10년 뒤면 좀 그럴꺼 같다.


내가 살아보니 30살 초반까지는 사실 아직 자리잡았다 말하기도 뭣하고, 되게 정신사납다. 탄탄한 직장을 가진 분들은 모르겠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면 이직과 직종변경을 해야하나 고민도 많고, 실제로 공부를 시작하거나 타종목 이직이 꽤 흔하다. 결혼을 할 마음이 있다면 이성도 찾아야 하고, 하나 둘 앞서가는 친구들을 보면 애타기도 하고. 친구들 결혼식 가느라, 돌잔치가느라, 애기생기면 선물사주고 축하해주느라, 재태크를 시작해야하나 기웃거리느라, 뭔가 상황이 이벤트도 많고, 되게 가변적이고 정신없다.


20대에는 쌩 날것의 것이였다. 나는 연애하느라 되게 바빴다. 이성을 좋아하게 되면 바로 솔직해지는 편이라 치근덕대느라, 연애하느라, 차이느라, 마음을 추스리느라.. 취준을 훨씬 덜 열심히 한 편이다. 또 하고 싶은거 다 하느라 바빴다. 이 일도 해보고, 저 일도 해보고, 이 취미도 해보고, 저 취미도 해보고, 화장도 이렇게, 옷스타일도 저렇게.. 성격을 있는대로 드러내고 사회성도 별로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 오고 갈 사람 가라는 식으로.. 직장을 5개나 다녔고 부업과 동아리들을 만들어서 운영했다. 음주가무를 즐기진 않았지만 뭔가 되게 건전한  톡톡 튀는 이벤트들이 꽉 차있었다.


그래도 나이가 들고 살면서 조금씩 안정화되고, 루트가 생기고, 삶의 통일성이 생긴다.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알게도 되고, 더 효율적인 판단을 하게도 되고 촉도 생긴다. 30대 초반도 이정도인데 마흔은 오죽할까. 그때는 애가 10살 내외일텐데, 오히려 더 정신없으려나. 돌이켜보면 내 젊음은 모두 정신없었다. 그래도 서른이 넘고 결혼을 하면서 조금씩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도전적이고 호전적인 내가 정제된 마흔이 궁금해진다.


나는 20대때 준비한걸로 30대를 살고, 30대에 준비한걸로 40대를 살고.. 이렇게 산다고 생각한다. 20대에 동분서주하느라 바빴던 대신 지금은 굉장히 아늑한 환경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40대에도 만족하려면 30대때 뛰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중요한건 계속 새로운걸 배우고, 발전해야 한다는 거다. 최근에 우리 작가회에 들어온 신입분이 62년생 두 분이셨다. 우리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다. 주변환경이 이러면 나이탓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소도시에 사는만큼 중년분들이랑도 친하게 지내는데, 다들 새로운걸 배우고 즐기느라 너무 바쁘다.


오늘 들은 세바시 강의에서 민사고 수석 입학, 졸업생이 말하길 공부는 배움과 익힘이라고 했다. 배움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고, 익힘은 배운걸 활용해서 써먹는 것이라고. 그래서 공부머리 있는 애들은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게 아니라 뭐든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매우 동감이 갔다. 난 배움에 대한 열망은 강한데 익힘에 크게 관심이 없는것 같다. 앞으로 익힘을 더 보강해야겠다. 요지는 평생 새로운 걸 공부하고 나아가려 노력해야 한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슈퍼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지금은 슈퍼까지는 아니고 그냥 프리랜서 형태였던것 같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진행하고, 거기에 맞는 높은 보수를 받는 사람. 나는 안정형이 아니라 도전형이라 프로젝트단위가 훨씬 재밌고, 집중하기가 좋을 거다. 근데 프리랜서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본인을 개발하게 된다. 일을 못하면 다음 일이 안들어오니까.. 그래서 그런 환경에 본인을 구겨넣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짜피 앞으로는 근무형태가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구.


후, 지금도 딱히 이룬 것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흔에도 쉽게 그런 감정이 올 수 있다니. 그래도 살면서 10년뒤는 내가 알게 모르게 고대했나보다. 평생 내가 이룬게 없어.. 하는 마음은 사실 올 수 있을거다. 이 책은 그래서 되게 현실적인것 같다. 나는 지금 마음속에 있는 열정과 도전의식을 습관처럼 만들어 마흔에도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 가장 하고 싶은건 마흔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거다. 신체건강은 운동으로, 마음건강은 글로 관리하고 싶으니까. 글쓰기가 이어져서.. 마흔때 이 글을 발견하고, 꼭 댓글을 달고 싶다. 미래의 하나야, 지금은 내가 희망만 아주 가득한 상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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