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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an 28. 2024

최소한의 안전장치

삶이 꼬구라진다면 

삶이 바닥까지 꼬구라진다면 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뭘까? 당연히 그런일이 전혀 없으면 제일 좋겠지만, 어디 인생이 내 맘대로만 흘러가던가. 특히 나처럼 스케일큰, 무언가 새로운거에 도전하기 좋아하는 애가! 오늘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기로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돈? 모아둔 돈이 다 사라졌기에 바닥이라고 표현하는 거겠지.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건 뭘까.


일단은 그때 최고의 자산은 안정된 가족이나 두터운 인간관계다. 적어도 내게 뜨신밥을 멕여주고, 재워줄 사람은 몇 있겠지. 불행은 절대 선형적으로 오지 않는다. 이 작은것을 막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는데 그 작은 문제를 막지 못한다는걸 알고, 보고 있어야 하는게 진짜 문제인거다. 그래서 그 작은것을 막기 위한 재원이 언제나 준비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삶이 바닥일리 없지. 적어도 장판 위인거다.


그렇다면 그 재원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고 아는 것이 굉장한 힘이 될 수 있다. 평소 여유로운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가는것, 무언가를 빌렸을때, 비록 내가 바로 갚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그것보다 더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것을 보여주는 시간의 축적이 이미 필요한거다. 돈버느라, 어쩐다고 바빠서 이런걸 놓치면 진짜 급한 빵꾸를 메울 때, 너무 어려워진다. 인간관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된다.


당장 집 밖을 나가서 자야 할때, 내가 할 수 있는 돈벌이는 뭐가 있을까. 분명 급하게 많은 돈이 필요하니까 나앉은건데, 누구나 가서 몸을 써 할 수 있는 일은 별 의미가 없다. 내가 지금까지 돈을 번 건 사무원이나 문화기획, 미술 수업, 컨설팅 등이라 서비스직이랑은 거리가 꽤 멀다. 고로 서비스직에서 날 반길 자신도, 잘 할 자신도 없다는거다. 물론 돈 급하면 누구나 아주 열심히 눈에 불을 키고 하겠지만은.


이때도 아는 사람이 연결해주는 자리가 제일 좋은 자리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난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던, 그런 일 있잖아 몸은 고된데 돈은 많이 되는. 나는 사실 평소에는 이런 일을 알 일도, 접할일도 아예 없다. 그리고 지방에서 여성에게도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불법적이거나 성적인 일은 하늘이 쪼개져도 할 생각이 없다. 그런류는 애초에 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험한일을 몇년 하고 어쩔수없이 분가해서 내 사업을 열어야겠지. 갚을게 태산인데 어떻게 월급으로만 감당하겠어.


실제로 주위를 보면 돈을 잘 버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돈을 잘 벌어야 하는 사람이고, 독한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독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사업하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참 별일이 많은 사람이고, 기구한 인생이다.물론 아닌 사람들도 많겠지만은 사람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간절함은 진짜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주변을 보면 집안은 가난한데 나는 잘살고, 나는 가난한데 집안은 또 안정적인 그런 상황도 많다. 나는 10대 20대 내내 후자였다.


오늘 참여한 브랜딩 스터디에서는 나보고 너무 이것저것 하며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했다. 하나를 딱 정해서 사업화를 하고, 되든 안되든 뛰어들어봐야하는건데. 사실 나도 알고있는 부분이다. 저질러놓으면 죽이되든 밥이 되든 해야하는거고, 사무실 월세가 나가면 어떻게든 그 월세는 갚아야 하는게 일이다. 근데 아직 이렇게 인풋만 때려놓고 있다는건 간절하지 않은거고, 그만큼 환경이 좋다는거다. 내가 가져야 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동기, 즉 간절함이다.


가끔은 욕심이 동기가 되기도 하고, 비교가 동기가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동기의 근원은 다 다르지만 각박한 환경, 당장 해야만 하는 상황을 이기는 동기는 없다. 언제나 마감이기는 집중력은 없고, 전쟁터엔 오히려 자살자가 없다는 말처럼 삶이 바닥까지 꼬구라진다면 어떤 반동이라도 생길거다.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면 더더욱. 스터디에서 조언을 얻고 난 너무 편하게 살고 있나 싶기도 했다.


삶이 당장 꼬구라졌다면? 인생이 이주일쯤 남았다면? 이렇게 살리가 없다. 그걸 편안한 환경에서도 알면 참 좋을텐데. 그래서 욕심있게 뭔가를 성취해내면 좋을텐데. 가끔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겠다. 당장 세상에 내쳐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는지. 어떤 끈질김과 꾸준함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그런 의지와 투쟁이 있는지. 앞으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데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인생,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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