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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Feb 16. 2024

애쓰고 싶다

일단은 내 결대로

요즘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애쓰지마’같다. 비슷한 제목의 책이 서점에 차고 넘치고 브런치에도 비슷한 에세이가 차고 넘친다. 한국에서 애쓰지 않는것도 괜찮았던 시절이 지금껏 있었을까. 아마 거의 없었을것 같다. 물가 높은 나라, 수도권에 반 이상이 몰려 사는 나라에서 사람들은 다 있는 힘껏 지쳤나보다.


엊그제 친구가 보내준 이효리의 졸업축사를 봤다. 아무 말도 듣지 말고, 누구도 믿지 말고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했다. 이효리는 예전부터 이런 태도를 고수했던거 같다. 태어나기를 타인의 영향을 별로 안받는 타입이 있다. 그게 나다. 물론 사회생활할때는 어느정도 맞춰주지만 뭐 썩 그렇게.. 그래서 이 축사가 좋았다. 자유롭잖아.


모두가 애쓰지 말라고 하는 사회에서 나는 꿋꿋히 애쓰고 싶다. 내 하루는 온전히 바빴으면 하고, 그걸 버틸만한 체력을 만드는게 삶의 꽤 우선순위에 있다. 내가 맡은건 좀 수고스럽더라도 정성스레 준비하고 싶다. 대충한다면서도 결국은 잘해내고 싶다. 한번 태어났다 가는 귀한 인생인데, 애쓰지도 않으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


찰나에 드는 영감이나 생각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그 생각의 지시에 따른다. 아 여행갈때가 됐다 하면 주말에 짐을 챙겨 여행을 가고, 누구에게 이런 이벤트를 해야지 하면 바로 하고. 갑자기 사람이 생각나면 연락해서 생각나서 연락해봤다고도 한다. 어이없을정도로 모두 즉흥적이다. 그리고 빈도는 꽤 잦다. 모든 생각과 찰나에 이유가 없을리 없다. 그런 우연들이 데려온 기회는 얼마나 많은가. 나는 이게 자유같다.

자유롭게 애써야지. 인생의 큰 틀을 하나도 정해놓지 않고, 일년 뒤, 한달 뒤 정도만 정해놓고 로망과 함께 해야지. 떠오르는건 모두 충실히 하고, 해보고 싶은건 오래걸리더라도 모두 해보고, 잘하고 싶은건 모두 열심히 해내서 결국 잘 해야지. 삶의 결론에는 그게 모두 섞여 짬뽕이 될지도 몰라. 그럼 뭐 어때, 국물진한 짬뽕이 되면 되는거지.


응. 나 내 삶에 자신있어. 그래서 하나도 안 불안해. 근데 그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나지 않아봐서다. 밖에서 지금은 좋아만 보이는 환경, 관계, 성격, 능력이 하나도 없던때가 있었고 그 안에서 처절하게 외로웠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다시 어떤 환경에 내팽겨쳐도 두렵지 않고, 결국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은 사람을 자신있게 해. 그러니 모두 꼭 있는 힘껏 넘어져보시고, 또 처절하게 구르고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일어나보시길. 최대한 빨리, 최대한 깊히 실패하시길. 많이 사유하시고 단단해지시길. 정말 추천드린다.


어제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맞추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라는게 최인아 작가 강연의 핵심 내용이였다. 그녀는 살면서 부딪히는 모든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통틀어서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태도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을 했다. 서른만 넘어도 그 태도들은 쉽게 보인다. 하루 하루, 조금씩 쌓이고 쌓여 길이 나고, 더 쉽게 그 쪽으로 꺾이고, 결국은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그 삶의 태도가 엄청 좋은 친구가 있다. 난 그 친구와  대화하면 늘 뭔가를 배우고, 자극을 받는다. 도무지 그 친구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불가능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이 있는 관계다. 이런 태도들은 심지어 본인이 모르더라도, 수많은 사람들 속 아주 선명하게 빛난다. 내 눈에도 이러는데, 난 사람들 눈에는 얼마나 빛날까. 그들이 아직 몰라서 그렇지. 세상에는 스스로 빛나는 원석같은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분명히 있다. 난 그건 삶의 태도에서 나온다고 본다.


내가 가진 것들을 세상이 원하는가? 사실 아직 아닌것 같다. 다만 세상이 원하는거에 날 맞출 생각도 없고, 난 애초에 그럴래야 그럴수도 없이 태어났다. 모든 면에서 난 늘 노력보다 기질이 이기는 애니까. 살면서 더 세상에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또 굳이 애써 그럴 필요도 없어진다. 하지만 내 결대로 살다보면 언젠가 그럴때가 올 거라고 분명히 믿는다. 복잡다난할것도 없이 내가 맞다고 믿는길이 맞는거지 뭐. 이거 남인생아니고 어차피 내인생이잖아.


사람은 하나하나 다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내 브랜드는 어떤 것일까. 나를 좀 정리해서 깔끔하게 쳐보려 했는데, 나는 난은 아니고 덩굴류인가보다. 정제가 안된다. 아마 그 복잡다난한게 또 매력인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아직은 좀 덜 살아서 잘 모르겠어. 기껏 해봐야 사회생활 10년인데 뭐, 씨앗이나 잘 뿌려졌으려나. 한 반생은 살아봐야.. 감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그냥 마음가는대로 살고, 마음 가는대로 하려고. 그래도 세상을 한번쯤은 바꿔볼지 어떻게 알아. 아니면 난대로 살다, 쿨하게 가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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