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취미, 가죽공예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가방 만들기

by 박약

오늘은 오랜만에 광주에서 고모가 하는 가죽공예공방에 다녀왔다. 원래 있던 지역에서 최근에 이사해서, 편안하고 안온한 신창동이라는 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작년 8월에 이사했다는데, 새 공방에서는 처음이였다. 원래 그래도 매달 1번씩은 왔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이번엔 진짜 오랜만에 다녀왔다. 나도 잊고 있던, 만들고 있던 장미꽃이 만발한 가방이 있었다. 아, 오늘은 이걸 완성해 가겠는걸, 시작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죽공예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나는 통가죽을 만진다. 자주 오진 못하지만 이젠 꽤 오래되어서 주로 가방을 만든다. 처음에 디자인과 사이즈를 정하고, 넓은 통가죽에 그려서 칼로 자른다. 그 후, 가죽에 물을 뿌려 적신후 원하는 패턴을 조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문양은 주로 카빙이다. 카빙은 커팅과 타각을 조합해서 입체감을 나타나내는 방법인데, 훨씬 입체적이고 더 고유의 멋이 있다. 보통 카우보이가 꺼낼만한 권총집에 새겨진 무늬정도를 상상하면 되는데, 나는 훨씬 화려한 꽃무늬 등을 좋아한다.


카빙은 모양을 그려서 다양한 모양의 끌을 망치로 두드려 입체감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이다. 그래서 카빙 패턴을 조각하는데만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꽃은 곡선이 아주 많기때문에 아주 신경써서 조각해야 한다. 가방처럼 넓은 면적의 경우는 카빙만 해도 하루가 흐르기도 한다. 사실 꼼꼼한 사람은 그러겠지만, 나는 늘 성격이 급하고 대충파에 가깝기 때문에.. 성질대로 한다 그냥.


패턴이 다 완성되면 이제 염색을 한다. 염색은 진짜 어려운 분야라서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을 하거나 고운 색을 내기가 힘들다. 얇게 여러번 염색물감을 바르는게 포인트인데, 뭐가 얇은지, 이만하면 됐는지, 사실 알기가 힘들다. 나는 와인색이나 어두운 파랑, 다크그린처럼 은은한 색을 좋아하는데, 밝아야 하는 부분까지 은은해지기 쉽상이다. 특히 꽃처럼 화려한게 있는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만들기가 어렵다. 아직 염색을 제대로 잘 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 이쪽은 진짜 기술이고, 아마 자주 해봐야 많이 늘 것 같다.


염색을 한 후에는 이제 속지를 붙이고, 부자재들을 박고, 옆면을 붙이고, 끈을 염색하고, 가방의 모양을 만든다. 가방의 모양이 만들어졌으면, 가장자리를 한 번 다듬은 후에 바느질 구멍을 일일이 뚫어 바느질을 한다. 바느질이 끝나고는 테두리 처리를 하고, 마감재를 바르고 끈을 연결하면 끝난다.


글로 쓰면 과정이 이렇게 단순한데, 사실은 만드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다른 지역에서 가기에 한번 공방에 가면 보통 7시간정도 쉬지 않고 작업을 한다. 가방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2-3번은 가야 하나가 끝난다.하지만 조용히 망치질을 하다 보면 마음도 안정되고 별 생각들도 사라진다. 반복작업이 많기에 손은 바쁘고, 머릿속 복잡함은 휑해진다. 또 간간히 수다를 떨다보면 고모와 더 친해지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무엇보다 실용적인 공예라 만들고 나면 성취감도 있고, 자랑하는 맛도 있고, 오래 쓰기도 한다. 가죽 제품은 손때가 탈수록 은은하게 멋들어지는 특징이 있다. 평소에는 아주 무난한 가방을 들고 다니기에 여기선 주로 화려한 가방들을 만들고, 특별한 날 들고 나간다. 내가 원하는 사이즈와 모양, 색이기에 당연히 내 취향을 적중시킨다. 내 손때가 가득 탄 가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가죽공예도 제품이라 한 10년이 지나면 색이 많이 바래는거 같다. 그래서 그 전에 애정하며 많이 들어줘야 한다. 실제로 내 스타일대로 몇 개 만들다 보면, 실력이 쑥쑥 늘고, 명품 가방에 대한 생각들이 사라진다. 이건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나만의 가방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만의 것이 좋아진다.


요즘은 좋은 자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소도시에 살기에 사실 딱히 좋은 자리랄게 많지 않다. 그나마 좀 특별한 자리는 공연장이나 전시회, 여행정도. 근데 난 여행갈때 편하게 입고 짐을 줄이는 편이라 꾸미지는 않는다. 귀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귀한 자리에 많이 가야 가끔 드는 가방도 들고 가끔 입는 옷도 입을 텐데. 만든 옷도 만든 가방들도 애쓴것에 비해 쓰임새가 작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무난하게 만든 것들을 훨씬 자주 입는다.


지금의 내가 갈만한 귀한 자리, 딱히 보일만한 자리는 없지만 살면서 조금씩은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더 예쁜걸 만들 욕심도 생기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이벤트들도 생기고 새로운 생각도 들 텐데. 꽤 자주 그런자리에 가고 싶어도.. 어딜 가야겠다고 딱 떠오르는 곳이 없다. 아, 대신 곧 일상의 영상들을 제작할 생각이니 차라히 그때 다양하게 입고 들면 되겠다 싶다. 옷장을 보니 힘들게 만들어 놓고 몇 번 입지 않은 옷들이 가득이다. 가방이나 악세사리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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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열심히 만든 가방을 선보이겠다. 나는 각진 가방을 선호하고, 평소 들고 다니는것들이 좀 있는 편이기에 미니백보다는 사이즈가 좀 있는 가방을 좋아한다. 모양은 클래식하고 패턴이나 색은 빈티지하지만 차분한걸 좋아한다. 단색이라도 질감이 있는걸 선호한다. 평소엔 푸른 계열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붉은 색들이 예뻐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장미꽃이라 여러번 시도 했는데, 아직도 색을 만족할만큼 빼지는 못하고 있다. 다음에는 나리꽃을 욕심내볼 요량이다.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메고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사실 대부분 자차로 다니기에 큰 상관은 없다. 한쪽 어깨보다는 크로스를 더 좋아해서 끈을 길게 뺐다. 그리고 이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과 유광느낌을 좋아한다. 너무 두껍거나 화려한 가방은 부담스럽지만, 너무 평범하거나 유행하는 가방도 원하지 않는다. 가방은 유행을 엄청나게 많이 타는 아이템이다. 난 어릴때부터 원래 남들과 비슷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겨울엔 주로 옷을 차분한 톤으로 입고 다니니, 이 가방은 꽤 실용적으로 쓰기 괜찮겠다 싶다. 사이즈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데일리백으로 들고 다녀봐야지. 신경쓰는건 하나, 내가 가방을 아주 마구 메고 다니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데나 잘 내려놓고, 패대기도 잘 치고(?) 그래서 가방이 빨리 상하는 편이지만, 요즘 가죽가방들은 다 왠만하면 내구성이 좋아서 매일 하나만 들고 다녀도 꽤 오래 쓴다.


가죽공예는 오랜 취미로 하기 참 좋은 공예다. 사실 내 또래에서는 단가가 좀 있는 편이라 그런가 통가죽은 특히 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실용도가 높아 실생활에 유용하기도 하고, 주위 어른들에게 만들어 선물하기도 아주 좋다. 한 번 만들면 오래 쓰는게 아주 큰 장점이다. 모든 공예는 성격이 꼼꼼하고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긴 하다. 힘도 적절히 필요해서 내가 보기엔 남자들이 하기도 좋은 공예이다. 또 외국인에게 카빙제품은 늘 인기가 많다. 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죽공예의 매력을 알고, 핸드메이드의 유니크함을 알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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