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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May 26. 2024

기획이란 무엇일까

사람이란 모두 떠다니는 존재일까

로컬에서 문화기획자로 산지도 벌써 8년차다. 커리큘럼도, 도제식 수업도 없는 창조적인 분야에서 나는 항상  어떻게 더 잘할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계약직으로 여기 저기 소속되어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독립프로젝트를 하기도 했다. 올해, 출산으로 일을 쉬면서도 약씨, 기획력 좋잖아 하면서 멘토요청이 들어와 컨설팅을 하기도 한다. 큰 회사나 엄청난 기획사업을 해본적은 없지만 그래도 주변에서는 열심히 한다고 으레 칭찬을 듣고 가끔은 잘한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데 나는 아직 떠다니는 것만 같다.


큰 기획사에서, 혹은 전국단위나 아주 큰 축제 등에는 껴본적도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획은 본질의 현장화고 연결이다. 나는 아예 주제부터 내가 다 짜서 만들어가는 것보다, 남들이 생각해놓은 기조에 의견을 얹는게 더 재밌다. 기획측면에서는 이렇고, 실제로 진행까지 해야하는 경우에는 내가 아예 짜서 진행까지 하는게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 기획을 하려는 사람들은 아는게 많아야 한다. 가짓수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아는게 많아야 한다. 그래야 가치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사실 새로운걸 짜는 것부터 머리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획력은 노력이라기보다는, 애초에 소수에게 유리한 시장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뭔가 배우는데 열정이 있는 사람과 내 것을 자꾸 이렇게 정리하려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리하다. 왜냐면 기획을 한다는거 자체가 되게 즐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들을 연결해서 정리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 꼭 뭔가를 의식적으로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걸 언젠가 보고, 읽고, 접한적이 있다면 적재적소에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이 배경지식을 두텁게 만들어놓으려면 애초에 다양한 경험에 관심많은 사람들이 훨씬 유리하고 또 자연스럽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독서를 하는건 배경지식을 두텁게 하는 아주 좋은 습관이다. 이 두가지는 시간도 노력도 많이 소요된다. 물론 기획뿐만 아니라 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지름길이 된다. 나는 앞으로 기획쪽 일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기획쪽 일이라는게 사실 정해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반복 숙달하는 일이 아니라면 요즘 일들의 대부분은 또 어느정도 기획력이 필요하니까, 보는 관점에 따라 기획쪽 일이 될 수 도 있다. 세상이 갈수록 더 이렇게 되는 것 같다. 무슨 일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내가 기획력을 살려서 하면 또 기획쪽 일이 된다. 브랜딩 요소가 들어가면 또 브랜딩쪽 일이 된다.


그래서 더 떠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계약직으로 다녀서 더 그렇기도 하지만, 젊은 나이에 기획력을 배웠다는건 분명 아주 큰 치트키인데, 너무 거시적이라 미시적으로 쓸만한 일은 잘 없다. 분명 살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도움은 되는데 메인이 될지는 모르겠다는 마음도 든다. 요즘 느낀건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꽤나 인류 보편적이다. 그니까 나뿐 아니라 사실은 모두 떠다니고 다 그렇게 그렇게 살지도 모른다. 어떻게보면 참 멋져보이고 능력있어보이지만, 어떻게보면 참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모든 일은 그렇게 장단이 있다.


 이제는 거시적인 것들도 쪼개서 미시적으로 만들어 써먹어야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뭐든 내가 노력한다고 지금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때맞춰 나에게 알아서 올 테지만.. 돌이켜보면 어쩌다보니  큰 뼈대부터 발라먹는게 아니라 여기 한 입, 저기 한 입 먹었던것만 같다. 장님이 코끼리 설명 못하듯이 그래서 내가 아는 분야는 여기 한 부분, 저기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부분들에서도 나름의 공통점과 통일성이 있었다. 그래서 대충 전체는 이렇겠거니.. 하고 유추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멋진 용에 탑승하지는 못했지만, 작은 닭알이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창조의 결을 다 보기도 했다. 가끔은 멋진 용의 깃털 하나가 부럽기도 했다. 용의 깃털은 또 작은 닭알을 처음부터 만드는 날 부러워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멋진 용에 탈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거기서 작은 닭알을 만들면서 느꼈던 것들을 또 접목해봐야지. 갈수록 일 욕심이 세져서 큰 일이다. 쉬는 김에 지금은 좀 쉬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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