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필요한 사회의 박약독백
현대사회에서 배워놓으면 가장 강점이 되는 일이 뭘까. 영어? 코딩? 법률지식? 심리? 경제? 아니다. 틀림없이 소통이다. 4차 산업이고 뭐고 암만 컴퓨터가 다 해 먹는 사회라고 해도 결국 결정은 사람이 한다.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 다섯 번째 회사를 다니면서 도대체 세상엔 왜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 많은 건지 너무나 의아했다. 직장에서 만나는 관계들이라 그런가, 내가 직종이 특이해서 그런가, 어느 날은 내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했다. 입으로는 소통을 말하면서 불통을 행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신기할 정도로 많았다.
관찰하다 보면 늘 불통은 무통을 낳는다. 열정을 가지라면서 관계에는 열정을 가지지 않는 어른들이 많다. 그룹이 무통이라면, 사실 그룹일 필요가 없다. 한 명만 하면 되지 뭐하러 인건비를 몇 배를 내면서 그룹으로 존재할 것인가. 그럴 거면 뭐하러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 각 아이디어를 정비하고 정기회의를 하는가. 회의시간이 한 시간이라면 단 한 시간만 소요하는 게 아니다. 준비과정부터 마무리 후 감정 정리까지, 꽤나 오랜 기간이다. 본인의 그룹이 무통이라면 어디부터 빵꾸가 났는지 곰곰이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청년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며 입사시켜놓고 막상 계획서를 들고 가면 '해봤는데, 내 경험상 안되더라'라고 선긋기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관리자는 괜히 그 직급에 올라간 것이 아니다. 안다, 그들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서로 질리기 마련이다. 청년은 점점 회의에서 입을 다물기 시작하고 관리자들은 요즘 애들을 열정이 부족하다며 금방 식는다며 혀를 차기 마련이다. 그러다 청년이 그냥 혼자 개인적으로 추진했다가 잘되면 회사 밖에서 했다고 야단이다. 아이디어를 내도 자르면서,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중요한 건 과정이다. 청년들도 모든 아이디어가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 '네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해봤는데....', '아직 더 배워야 해서...'로 시작하는 답변과 '이번 아이디어는 좋은데...', ' 노력한 게 보이는데...'로 시작해서 대안을 주는 답변은 완벽히 다르다. 생산성에서 구축할 것은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관계에서 구축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활발한 상호과정이 가능한 단단한 통로이다. 10개의 아이디어가 지나가더라도 11번째의 아이디어는 대박이 날 수 있다. 관리자의 취향에만 맞춘 제안서들을 써서 제출하는 과정이, 과연 정말 배우는 길일까? 끝없는 비효율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원활하지 않은 소통은 많은 피곤을 부른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출력법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 다른 출력법에서 적정한 중심을 잡기, 말이 쉽지 정말 어렵다. 연애에서는 또 1:1의 깊숙한 관계에서의 소통상황에 마주한다. 가족 간의 소통도 물론 쉽지 않다. 우리는 수많은 소통에 둘러싸여 있다. 같은 사람에게 수없이 많은 역할이 주어져있고, 기대범위가 다르다. 그 모든 것을 충족하면서 소통하기, 정말 쉽지 않다.
가끔 유난히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왠지 내 생각을 표현하기 편해진다. 분명 나뿐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낄 테다. 그런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품고 있는 걸까. 내 의사표현을 또렷이 하기에 좋은 사람, 함께 있으면 편한 사람. 나뿐 아니라 다들 그렇게 느낄진대 그러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기회에 노출되어 있는 걸까. 소통을 잘한다는 건, 분명 뾰족한 장점이다.
그렇다면 소통은 어떻게 배울 수 있는 걸까. 검색해보면 소통학이라는 학문도 있는 듯싶지만 역시 체득이다. 주변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행동과 반응을 주시해서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잇는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무게감 있게 대해준다. 관련 도서를 많이 읽고 소통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비슷한 주제로 다양한 직종과 세대의 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가 생각하는 소통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는 정도가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한달음에 깨우칠 수는 없겠지만 이 그룹에서 내가 잘 소통하고 있는지 정도는 상대의 반응으로 유추할 수 있다.
삶을 살면서 조심히 조금씩 쌓아 올리자. 내 입으로 말하는 '소통'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스스로 소통을 원한다면서 불통을 하면 그것보다 우스운 꼴도 없다. 현생을 살면서 조금 더 주의하고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자. 내 말에 누군가 순간 인상을 쓰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면 기억하고 원인을 찾자. 윗사람에게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하고 맞지 않더라도 이해하려 노력하자.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소통이 수월해지는 순간 현대사회에서 흔치 않은, 분명 뾰족한 강점이 있는 사람이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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