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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pr 16. 2020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날

속상한 날의 박약독백

살다 보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날이 있다. 세 개의 시험 중에서 가장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 시험이 가차 없이 탈락했다. 다른 합격생들의 작품은 월등히 좋아할 말이 없었다. 당연히 대상이 될 줄 알았던 국가 지원사업이 기억도 안 나는, 일 년 전 잠시 맡았던 비영리단체 대표직 때문에 원하는 서류를 받을 수 없었다. 돈을 쓰면 썼지, 단 백 원의 이득도 취한 적이 없는데.. 담당자는 우리도 처음 내보는 사업이라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 열심히 설계했던 계획도, 준비했던 서류들도 물거품이 되었다. 아예 몰랐거나 혹은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속이 쓰리다.


내가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운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로또를 사지 않는데 어떻게 로또가 될 것이며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쓰지 않는데 어떻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는가. 수많은 확률 중에 하나, 운 좋게 될 것이라는 것들도 믿지 않는다. 그런 것이 진짜일리 없다. 그래서 나는 로또와 복권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기회는 기대한다. 마침 내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던 종목에 좋은 기회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혼심의 힘을 다 해 집중한다. 오늘처럼 그런 집중이 깨지는 날은 꽤나 속상하다.


가끔은 열심히 사는 내가 짠하다. 매일 열심히 산다고 살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돈으로는 한 달을 헉헉거리며 사는 내가 눈부시게 짠하다. 내가 짠해지면 나는 소리 없이 운다. 무거운 눈물을 양껏 뚝뚝 흘리고 나면 후련해진다. 혼자 사는 고요하고 넓은 집에는 짜증을 낼 사람도, 공감해줄 사람도 없다. 그래, 어리고 건강한 지금 많이 넘어지는 게 좋다.라고 다독이면서, 나중엔 그래서 더 잘될 일이라 다독이면서. 그래도 멈춰지지 않는 눈물을 쏟아내면서 아이패드를 꺼내 흰 브런치에 까만 글을 쓴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굴곡들이 있기 마련이다. 큰 굴곡도 아니건만 나는 한없이 속상해진다. 합격한 두 개의 시험에 감사하면서, 이미 지나간 일이라 마음먹으면 되는 일이건만. 원하는 걸 이루지 못했다면 다른 방법에 달려들면 되는 일이다. 세상에 기회는 많으니. 난 참 양보가 없는 사람이다. 사랑받고 싶지만 양보하긴 싫어하고, 원하는 것은 이룰 때까지 방법을 바꿔 시도하는 걸 보니. 손에 닿지 않는 철봉을 잡으려 애를 쓰는 꼬마 아이처럼 가끔은 그런 내가 짠해질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서 키가 크면 자연스럽게 닿게 될 텐데.


엊그제 '여행의 이유'를 읽으며 그런 글귀를 봤다. 글쓴이는 미리 공부하지 않고 그냥 선택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잘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글감이 생긴 거니.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왠지 동감이 된다. 이렇게 얼핏 쓰는 글들도 나름 글감이 필요하다. 내 일상과 기분을 꾸밈없이 공유한다고는 하나 사람인지라 매일이 엇비슷하다. 오늘처럼 눈물이 나는 날은 고민할 것도 없이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담대하게 선택하고 도전해야겠다. 성공이 넘치던지 글감이 넘칠 테니.


이제야 기분이 괜찮아졌다. 둘 다 빠르게 와서 빠르게 지나간 기회였다. 나보다 더 필요했던 사람들이 잡았기를 바란다. 분명 내게 더 필요한 기회가 오고 있는 중일 테다. 그러니 감사하며 일상의 성실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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