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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Nov 07. 2021

가장 적당한 때란 없다

모든 것은 아주 적당한 때에, 아주 적당한 방법으로 내게 와닿는다.

외모에 민감했던 20대 초, 조금이라도 과감한 컬러나 모양의 옷이 유행할 때면 늘 이렇게 되뇌곤 했다. '살이 좀 빠지고 날씬해지면 사자.'. 대기업들의 공채가 우수수 뜰 때면, '스펙을 쌓아서 지원해보자.' 남자 친구가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말에는 '내가 직업적으로 안정되면 하자.' 


아쉽게도 그때보다 무게는 더 나가고, 대기업 공채는 써보지도 못했고, 지금은 직업적으로 더 불안정하다. 몸이 어쨌든 사서 입었으면, 탈락을 하든 어쨌든 써나 봤으면, 결혼도 미리미리 준비했으면 뭐라도 해보긴 했을 것이다. 미룬 것과 안 한 것은 아주 다르다.


미루고 미룬 결정들을 지나쳐오면서, 이제는 적당한 때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걸 알기까지는 꽤나 오래 걸렸지만. 드라마와 영화, 동화책들은 언제나 내게 신데렐라처럼 완벽한 순간이 올 것이라 말해왔지만, 현실은 오히려 먼저 행동하며 때를 적당하게 만드는 것이 맞다.  


부자가 되면 멋들어지게 정기기부를 하고 싶었는데, 그냥 지금부터 매달 내 능력으로 번 돈의 10%를 다양한 사회문제에 기부하고 있다. 지금 몇만 원도 기부하지 못하면, 추후 부자가 된더라도 쉽게 기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정을 잡으면서 아주 적당하지 않을 때에, 약간 무리해서 시도해보는 것이 내게 성장 동력이 되어왔다. 처음 10회 차 수업을 잡을 때도, 매주 토요일 수업을 할 때도, 플리마켓에서 누군가 앞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친구들과 문화기획을 해서 행사를 만든다는 것도 모두 약간 피곤할 정도의 일정이었다.


하지 않아도 사는데 하등 문제없지만, 물론 하면 재밌기야 하겠지만, 하면 약간 피곤하고 약간 뿌듯할 것 같은 정도의 목표들은 모이고 모여 이력이 되고 좋은 관계의 시초가 되었다. 이런 목표들을 실행하며 조그만 점들은 모여 유속 하며 내 방향성을 만들었고, 나는 아주 적당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인생'이란 불안정한 강 속에서 '나'라는 안정한 배로 항해하고 있다. 내 직업군은 불안정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나는 안정적이다. 앞으로도 나는 열심히 돈을 벌 것이다. 어떤 방법은 포기하고, 어떤 방법은 확장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경제적 자유를 얻을 때까지 큰 범주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경험상 무언가가 자꾸 떠오르고 아른거릴 때, 그때는 자리를 박차고 그것을 시작하는 것이 아주 적당한 때이다. 요새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대부분 시장의 초기단계에 진입해서 본인들의 시야로만 새로운 결을 만들어 추진해 나갔다. 그 전의 다양한 경험들이 없다면 새로운 결은 결코 조합되지 않는다.


내 직감과 영감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 내가 한 수없이 많은 경험들이 분해되고 조합돼서 내게 닿는 것이다. 쉽게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도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라니 정말 소름 돋지 않는가? 일상에 반응하는 뭔가 '하고 싶다!', '~하면 어떨까?'는 생각은 그냥 떠오른 게 결코 아니다. 


모든 것은 아주 적당한 때에, 아주 적당한 방법으로 내게 와닿는다. 이 문장을 완벽히 믿고 조금만 더 오버해서 할 일을 하자. 때는 딱 두 가지다. 적당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적당한 때라면 추진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적당한 때를 만들어나가면 된다. 어차피 둘 다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적당한 때거나 혹은 그 적당한 때를 만들고 있는 건 오늘이다. 오늘 중에서도 지금이다. 누군가 카운터를 세며 날 기다려주거나 배려해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도, 이 순간도 알알이 야무지게 보내자. 나는 지금, 무엇을 하기에 적당한 때를 만들어나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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