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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pr 20. 2020

코로나로 인한 변화

집콕하는 박약독백

코로나가 터지고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바로 내가 집콕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다양한 사람을 만나 토론하기 좋아하고 무언가를 배우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서 쉬는 기간이 잘 없다. 이 조그마한 소도시에서 야간에 하는 교육일정도 잘 없거니와, 배울 돈도 없기에 저렴하거나 무료로 진행되는 시의 공공교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할 게 없으면 도서관이라도 가서 신간을 들춰보곤 하는데, 코로나가 생기고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내가 사는 곳은 원래 사람이 많지 않아 외부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대중교통은 한 시간에 한 두대씩 다녀 다들 원체 자차로 다니기도 하지만. 단지 중장년층과 노인인구가 많기에 다들 마스크를 꼬박꼬박 쓴다는 점이 다르다. 근무하는 곳은 '-리' 단위기도 하고, 원체 자차가 없으면 들어오기 힘든 곳이라 방문객이 적다. 다만 사람이 모여야만 가능한 문화행사를 주로 하기 때문에 일거리가 없어 꽤나 한가하다.


강아지나 개도 기르지 않고 동거인도 없는 우리 집엔 햇살이 잘 든다. 마침 좋은 계절이라 쉬는 날엔 볕을 맞으며 밀린 작업을 하곤 한다. 이전에 워낙 바빠해야 하지만 미뤄둔 일이 많았는데, 슬슬 진행하고 있다. 외국 갔을 때 찍어둔 사진들로 가족앨범 만들기도 미뤄뒀고, 맥북에 프로그램 깔기도 미뤄뒀고, 필사하기도 미뤄뒀는데.. 가족앨범 만들기는 느리지만 진행 중이고, 맥북은 그냥 깡통으로 쓰기로 했고, 필사는 여유로울 때만 한다.


이전에는 눈뜨면 새벽 수영을 가고, 쓰러져 잠들기 직전에 집에 와 간신히 화장을 지우고 침대로 눕고는 해서 집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만 흩트려져도 신경이 쓰인다. 부지런함은 어디로 도망가지도 않는지, 아침에는 산책을, 저녁에는 스탬퍼를 타고 오일파스텔이니 유성 색연필이니 잔뜩 꺼내서 그림을 그린다. 주기적으로  웹 그림도 그리고 아이패드를 꺼내 브런치도 쓴다. 마침 일정이 끝나는 일 년 치 인강은 오늘이면 다 들을 예정이고, 최근 결제한 밀리의 서재도 전자책을 열심히 들고다니며 유용하게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조금 더 바뀐 점이 있다. 나는 눈뜨면 에너지가 생겨서 그걸 다 소진해야지만 잠을 푹 자는데, 혼자 하는 활동들은 에너지가 덜 쓰여 취침시간이 2시간 정도 미뤄졌다. 자야 할 시간에 졸리지 않는다. 그래서 안 그래도 긴 하루가 더 길어졌다. 처음엔 코로나가 일시적인 현상이라 여겨 '당분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전 세계가 난리 난 지금은 아닐 듯싶다. 집콕이 길어질 듯싶다.


곧 코딩 인강을 하나 더 끊을 예정이고, 그림 외주도 받을 수 있으면 좀 받으려 한다. 가끔은 답답하고 심심해 단톡에 선톡을 하기도 하고 오랜 친구들과 긴 통화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별게 다 질려서 언젠가 하고 싶었던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시키기도 한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집콕도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외향형인 내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집콕을 하다 보니 하루가 너무 길다. 평소에는 늘 바빠 시간이 총알같이 흘러갔는데 이제는 하루가 꽤 긴 느낌이다. 일주일도 느릿느릿, 주말도 느릿느릿. 내향형인 사람들은 훨씬 더 긴 인생을 사는 걸까 궁금해진다. 뭔가 결과물들이 많이 생겼고,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웹에서 마주치는 타인들이 늘었다. 평소 지인들을 깊게 알았다면 웹에서는 완벽한 타인들을 다수 가볍게 아는 느낌이랄까.


확찐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엊그제부터 식이를 조절하는데 비가 와 운동을 며칠 하지 못한 오늘 같은 경우는 더 체력이 남아도는 느낌이다. 저녁 10시가 넘으면 슬슬 졸려야 하는데 너무 쌩쌩하다. 소파가 없어 주로 눕거나 기대 있는 게 이유인 걸까. 누워서 책을 보다 보면 졸려 주말마다 낮잠을 2시간씩 자게 된다. 이전엔 낮잠을 자도 저녁엔 잘 잤는데,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니 에너지가 남아돈다.

 

 뭔가 새로움이 필요하다. 집콕 기간은 더 길어질 듯싶고, 어떤 새로운 것으로 에너지를 써 볼까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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