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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un 03. 2020

답답해서 사주를 보고 왔다

스트레스 받는 시기의 박약독백

사업계획서를 내는 기간이다. 이번 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불균형이 더해졌다. 원래는 한창 바쁠 땐데 일은 일대로 밀리고, 사업은 사업대로 써낸다. 개인적인 일들도 모두 틀어져서 아우성이다. 규모가 큰 사업들을 낼 때엔 가슴께가 얹힌 듯 답답하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야근을 하던 열정 가득한 시절은 지났지만 그래도 역시나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여름이 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저녁을 줄이고 1시간씩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새벽녘에는 가끔 위가 시큼시큼해 커피도 다시 끊었다. 비타민은 여전히 꾸준히 먹고 있고, 열심히 자고 열심히 먹고 아침저녁으로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여름이 되니 다시 어지럼증이 겹쳐 온다. 요즘세상에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어, 이 정도에도 감사하며 산다.


해마다 신년 운세를 보고는 하는데, 올해는 신년에 바빠 미루다 보니 벌써 육 개월이 흘렀다. 왠지 올해만 보지 않기가 허해 아는 언니가 추천해준 동네의 한 보살님을 찾았다. 신년운세라고 보기도 뭐한 반년 운세를 보고 왔다. 정갈한 보살님은 올해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읽어 주셨다. 욕심은 많은데 원하는 데로 따라오지 않아 불만 인상 황이라며 찬바람이 들면 슬슬 운이 들어온다 한다. 듣던 중 다행이었다.


위가 약하고 피가 잘 돌지 않는 것은 신경 쓰는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거라 하셨다. 평생을 바쁘게 종종거리게 살 팔자라면서 돈을 모으든 운이 트이든 좀 기다리라고 했다. 뻔히 아는 그 기다림이 요즘 들어 더 지치곤 한다. 마음이 급해 남들과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요즘이다. 지금 막 바쁜 건 아닌데, 날이 더워져 그런가 지치고 피곤함이 밀려온다.


이번 사업은 제발 잘되길 바란다. 식대는 나오지 않지만 밥값을 하고 싶은 게 첫 번째 이유이고, 이 조직에서 일말의 미래성을 주입하고 싶은 게 두 번째 이유이다. 수많은 곁가지 프로젝트에서 탈출하고 싶기도 하다. 처지지 않기 위해서 계속 움직어야 하지만, 선두로 달린다 하더라도 보상은 없는 갯벌에 빠진 것 같다.


사업계획서 제출 하루 전, 수정 오더에 또 가슴께가 답답해진다. 한 프로젝트에서만 가슴이 답답해져 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구멍구멍들을 메우러 뛰어다니는 나와 동료 사원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빨리 찬바람이 불었으면, 가을을 조심조심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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