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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Feb 26. 2021

하다가 말다가 하다가 말다가

꾸준히 못하는 박약독백

 몇개월만에 브런치를 다시 켰다. 하다 말다, 하다 말다, 또 생각나서 돌아오는 것은 나의 전매특허다. 블로그도, 중국어도, 그림도 이렇게 명을 잇고 있다. 이전에는 왜 하나를 꾸준히 못하는 걸까라는 자괴감이 들곤 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이런 성향도, 그냥 이런 사람도 있는 거다. 희미한 명을 이어가는 취미들도 나름 장점이 있다. 일단, 재밌다. 하고 싶을때나 해야할때만 하니 늘 재밌다. 그리고 부담이 없다.  


 편입생의 첫 방학은 길었고 겨울은 추웠다. 그간 몇 가지의 변화가 있었다. 주식을 하기 시작했고, 중국어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겨울은 일년 중 가장 한가하고 수입이 적은 시즌이라 잘 쉬었고, 비상금까지 탈탈 모아 알뜰살뜰 살았다. 집 앞 나무에 새싹이 돋기 시작하면, 내 삶도 생명력이 일기 시작한다. 봄과 함께 하는 시작은 매번 나쁘지 않다.


 여전히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은 많다. 삶의 특정한 기회가 우연히 찾아와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리셋욕구는 시도때도 없이 찾아온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주변의 기대가 커져간다. '뭐라도 할 것 같은 사람'의 기운이 강하게 든다나. 사실 난 딱히 모르겠는데. 30을 바라보는 이 골목에서 이제야 간신히 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서 멀미가 난다. 접하는 정보들은 많은데 점점 사유하는 시간이 준다. 보고 흘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생각을 해보려는데, 그런건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쉬는 날에는 웹을 멀리하고, 그냥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책을 매일 읽고 조금씩 기록해본다. 그리고 관련된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든다. 왠지 사유를 하는 것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해야한다는 공식이 있을 것만 같은데, 앞으로 공식들들과 법칙들은 좀 무시해볼 생각이다. 내 맘을 잘 모르겠어서, 내 맘대로만 할꺼다.


 사유와 사색, 무언가를 깊게 생각해보는 경험은 이러한 글을 쓸때와 타인과 대화할 때가 많았다. 요즘은 타인을 만나기도 힘든 세상이고, 갈수록 주변 지인들과 가벼운 담소를 즐기게 되어 다시 브런치에 왔다. 가끔은 영감이 있어 꼭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흰 배경에 무작정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통찰이 번쩍하기도 하고, 무언가 기억나기도 하고, 물흐르듯 내용이 흐리기도 하고, 내가 봐도 정말 못쓰기도 한다. 뭐, 보는 사람도 몇 없는데 알빠냐 싶어 발행해본다. 


 요즘은 너무 심술이 나서 먹고 싶은건 늦게라도 먹고 쉬고 싶을때는 운동도 쉬고 늦게 자고 낮잠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나는 왜 삶에 심술이 난 걸까? 뭔가 맘에 안들기 때문이다. 그게 뭘까 ? 삶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일상의 선택에 에너지가 최대한 적게 들도록 해야한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정보량이 너무 많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사실 삶은 내가 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도 일종의 해결법이다. 그런가 보다 해야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시장 앞에서 나는 참 무력해진다. 그려려니 하고 잘 사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내가 전체를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 불안하다. 더 나은 선택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불안. 이 불안은 어디에서 온 걸까? 불안에 대한 호기심이 든다. 내일은 불안에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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