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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un 23. 2020

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

밤새 아파했던 박약독백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함께 낚시를 다녀온 남자 친구는 폰만 보는 나에게 장난을 걸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눈에 뭔가가 들어갔다. 찌르는 듯한 고통이 눈을 감쌌다. 언제나 휴대하는 인공눈물을 세 개나 흘려보내도 이물감은 가시질 않았다. 두 눈을 모두 감고 남자 친구에게 의지해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전 사고에서도 응급실을 지키던 의사분이셨다. 역시나 퉁명스러웠고, 별 것 아니라는 말투였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식염수를 계속 쏟아 눈을 씻어도 이물감은 가시질 않았지만, 눈에 마취를 하고 나자 따끔거림은 조금 나아졌다. 지금은 이물질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도 모른다며 불편하면 내일 아침에 안과를 가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응급실을 나왔다.


 찾아보니 대학병원만 안과를 응급실에서도 하는데, 가장 가까운 광역시가 차를 타고 두 시간이 걸렸다. 벌써 밤 11시, 다녀오긴 너무 멀었다. 고통을 참고 잠에 들었다. 새벽 몇 시엔가 깨어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다 다시 잠들었다. 눈은 안 보이고, 고통을 참을 방법은 없는데 밤은 너무 길었다. 그래도 아침부터 반대쪽 눈은 뜰 수 있었다.


남자 친구의 회사 형들이 추천한 안과는 옆의 큰 시였다. 둘 다 새벽녘부터 깨어 다독이다 안과에 도착했다. 안과보다는 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진료가 자동화되고 있었다. 라섹했을 때도 이런 공장 같은 안과에서 진행했고, 결과는 아주 좋았다. 의사분은 한 참 눈을 헤집더니 각막에 스크래치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을 건졌다.


먹는 약과 넣는 약을 받아왔고, 여전히 눈은 빨갛고 쌍꺼풀은 두배로 부어올랐지만 적어도 이젠 아프지 않았다. 내일 다시 오랬지만 그쯤은 번거롭지도 않았다. 이렇게 쉽게 밤새 나를 괴롭히던 고통이 줄다니, 현대 과학의 발전이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역시 아프려면, 낮에 아파야 한다는 명언이 다시 떠올랐다.


운동도 꾸준히 할뿐더러 몸이 워낙 건강해서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픈 일은 잘 없는데 가끔 외부 환경 때문에 아프곤 한다. 오늘은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이었고 작년에는 전기 킥보드와 자전거의 사고였다. 아직도 눈에 밴드를 붙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만하기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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