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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ug 27. 2020

만약 재택근무를 한다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박약 독백

이 조그마한 소도시에도 코로나 19 사태는 강풍이 되어 들이닥쳤다. 특히나 우리 동네가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인데, 만약 내가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만 회사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계획을 조금 세워봐야겠다. 처음엔 재택을 바랐는데, 이제 진짜 그 정도로 심각해질까 봐 겁이 난다. 현재 다니는 기업은 사기업이지만 대표가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공무원들이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아마 할 것이다.


대부분의 업무는 pc로 이루어지고 혼자 사는 집에는 데스크톱과 회사 사무실보다 더 큰 모니터가 있다. 내가 맡은 문화사업들의 기획은 독립적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고, 필요시 보이스톡이나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 데스크 전화만 돌려놓는다면 업무 자체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스캔이나 대량 인쇄가 안된다는 것인데, 집에 조그만 흑백 프린터가 있어 공고문 정도는 인쇄해 읽을 수 있다. 아무리 pc가 발달했다지만, 거듭 읽어야 하는 중요한 문서들은 역시 인쇄의 맛을 따를 수 없다. 있는 사업들도 모두 중단되는 이 마당에, 당분간 대량 인쇄나 스캔이 필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평범한 사무직이라 딱히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고, 매우 심심하다는 점과 졸릴 수 있다는 점, 방금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점은 확실히 불편하겠다. 아마 시간이 억수로, 억수로 안 갈 것 같다. 직종과 관련된 펀딩을 좀 살펴보고 아이디어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좋아하는 재즈도 실컷 들으면서 일하고. 점심은 도시락을 시켜서 냉동해놨다가 해동해 먹고, 간간히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야지. 좋아하는 허브차를 실컷 마시고 점심시간에는 조금 잘 수도 있다. 그건 확실히 강점이겠군. 어쩌면 커피머신을 배달시킬지도 모른다. 


회의는 아마 영상통화나 보이스 단체톡으로 이루어질 테다. 편한 지점에 삼각대를 설치해 놔야겠다. 은근히 장비 욕심이 있어서 복사기만 빼면 회사보다 더 나을 듯싶다. 다른 것들은 괜찮은데 온라인 축제 준비가 조금 마음에 걸린다. 아니면 오히려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으려나. 공부도 독서실같이 조용한 곳이 훨씬 잘 되는 성향이라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올라갈 듯싶다.  


몇 년 전에 배운 영상편집을 회사에서 잘 써먹고 있다. 이제는 에펙을 활용한 모션그래픽과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무빙류를 공부해봐야겠다. 아마 또 곧 써먹을 일이 많게 될 테다. 이러한 조그만 도시에서는 강의가 다양하지도 않지만,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강의는 거의 힘든 상황이다. 프로 크리에이터나 영상 관련 책들을 틈틈이 사서 살짝살짝 독학해봐야겠다.


비대면이 강화되고 있으니, 어떤 흐름이 있는지 서치 해서 알아보고, 알맞은 아이템을 활용해서 수입화 전략도 짜야한다. '이걸 내가 하고 있을 땐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20대가 가장 트렌드를 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회사의 수익이 내 수익이 되는 거라고 누군가 끝없이 말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그러한 말보다 통장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객관적 액수를 믿는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게 전혀 기대되지 않는 액수였다. 


그래서라기보단, 기본급을 받는다는 알량한 책임감과 늘 새로운 걸 좋아하는 도전정신의 콜라보라고 보자. 결정권자의 눈에 보이는 확실한 무언가가 아니면 투자하고 싶지 않은 심리와 남들보다 빠르고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해서 고지에 먼저 깃발을 꽂고 싶어 하는 심리의 접점의 좌표를 나는 도무지 읽을 수가 없으니, 그냥 내 갈길 가는 것이다. 


어쩌면 웬만한 직업은 앞으로 디지털 노매드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린 그 시발점에 서있다. 원인은 유쾌하지 않았으나, 결과만은 유쾌했으면 좋겠다. 또한 불가한 직종들도 어떻게든 유쾌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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