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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ug 07. 2021

살롱을 열고 싶다

문화에 대한 전의를 잃지 않게 해주는 것들

코로나가 조금 진정된다면, 살롱을 열고 싶다. 미학과 철학, 지역과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싶다. 마침 최근에 딱 하고 싶은 장소를 발견했다. 영화하시던 분이 내려와 만든 카페라는데, 어디 숨었는지 입소문으로만 들리던 곳이었다. 입장하자마자 좋아하는 노래가 울렸다. 지브리 ost가 끝나고는 재즈 팝송의 뮤직비디오가 꽤나 크게 들렸다. 적당히 어둡고 정돈되지 않은 날것의 향이 풍기는 카페. 사장님이 맨날 카페 명을 손수 적어서 준다는 카페 홀더도 마음에 들었다.


사방에 붉은 천이 깔렸고, 테이블마다 조명이 있어 예쁘게 번졌다. 적당한 내부 크기에 사람 없는 곳. 한낮의 여름 햇살이 무색하게 밤 같은 곳. 묘하게 재즈 클럽 같기도, 바 같기도 한 곳. 밖과 단절되어 음악만 울리는 곳. 살롱을 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곳이다. 몇 번 더 들려, 사장님과 독대할 기회가 생긴다면 말해야지. 살롱 모임을 하고 싶은데, 이곳에서 해도 되나요?


그렇다면 살롱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일단 매주 낮에 요일과 시간을 지정해서 청년을 대상으로 포스터로 온라인 모집을 한다. 매주 주제를 정하고 관련 대화로 포문을 연다. 최대한 서로 이질적인 사람들과 만나게 할 계획이다. 미리 신청 링크를 만들어 두고, 성향과 관심사가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또 만났던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않게 구성을 짜서 매주 초대장을 보낼 예정이다. 당분간 최대 인원은 4명. 처음에 인원이 안차면 1:1로 얘기해도 된다. 난 그래도 즐거울 것 같다.

 

이곳은 소도시라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운영하는 나도 엄청난 전문성은 없다. 누군가 호기심을 품고 와보고 싶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함께 미학을 나누고, 철학을 공부하고,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으면 충분하다. 그러다 무언가 함께 창작해볼 수 있다면 더욱 좋고. 사실 내 공간이 있다면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는데. 이 지역에서 이 살롱 말고 다른 살롱들도 많이 생긴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이름은 뭐라 해야 할까. 깔끔하게 '살롱'?


예술가를 언제나 꿈꾸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내년부터 조금 더 달려들 사람으로서 또래 예술가들과 많이 친해지고 싶다. 오프라인에서 눈을 맞추며 얘기하는 게 즐겁다. 다른 영역이면, 다른 스타일이면 더 좋다. 떠오르는 영감들을 모아 글을 쓰는 것도,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사업에 녹여내는 것도 즐겁다.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고, 이론을 조금 더 공부해가는 것도 기대된다. 역시 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들을 좋아한다. 원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획해서 끌어내고는 했는데, 이제는 조금 자신이 생겼는지 뭐든 혼자 운영해보고 싶다.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만들어나가는 것들이 큰 의미로 오곤 한다. 강사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니지만 괜히 퀄리티를 올리고 싶고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 그런 것들이 내게 많은 의미를 주고, 가능성을 만들어 주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준다. 문화에 대한 전의를 잃지 않게 해주는 것은 이런 좁고 뾰족한 경험들이 아닐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내밀한 대화로 이상을 표현하는  것은 역시 그 자체로도 즐겁다. 언젠가 이곳에서 열릴 살롱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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