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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Oct 30. 2021

다양성 속의 자유

수영장에 다니다 보면 참 다양한 몸을 본다. 

수영장에 다니다 보면 참 다양한 몸을 본다. 아침마다 살색의 향연이다. 마른 사람, 통통한 사람, 다리가 긴 사람, 살이 탱탱한 사람, 흰 사람, 피부톤이 어두운 사람,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같은 한국인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각양각색의 몸이 있나 싶다. 사람은 옷을 입을 때 다르고, 벗을 때 다르고, 수모를 쓰면 다르고, 꾸며 입는 날에는 또 다르다. 몇 개월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다양한 몸들 앞에서 이상적인 몸이라는 기준이 있나 싶다.


전시회를 좋아해서 자주 다니다 보면 참 다양한 작품들을 본다. 어떤 작품은 최대한 절제되어있는 멋이 있다. 칼라도, 형태도, 단순하고 복잡하다. 어떤 작품은 잔뜩 꾸며져 있다. 입체적인 오브제가 붙여져 있고, 콕 찌르면 원색들이 폭 튈 것만 같다. 어떤 전시는 참 전통적이다. 한국의 미가 그대로 녹아 있다. 어떤 전시는 난해하다. 팸플릿을 읽었더니 더 난해해진다. 본인만의 사고를 표현한다는 작품들도 이렇게 각양각색이다.


패션쇼는 또 어떤가. 유명한 브랜드들만 보더라도 다 색이 다르다. 어떤 브랜드는 흑백만 사용하여 아주 깔끔하고 세련된 옷을 만든다. 어떤 브랜드는 원색이 통통 튀고, 참 귀엽다 싶은 도형들을 사용한다. 어떤 브랜드는 동묘의 할아버지들이 떠오르는 옷을 시즌마다 낸다. 어떤 브랜드는 '도대체 내가 뭘 본거지...?' 싶은, 도저히 길가에서 입을 용기가 나지 않는 옷들을 선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각자의 색으로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


넓은 세상을 볼 수록, 더 다양한 기호들을 알 수록 나는 '에이 뭐야, 결국 다 똑같네. 그냥 내 맘대로 하면 되겠네'라는 깡 있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는 호랑이로, 닭은 닭으로, 개는 개로 함께 존재하듯이 그저 나로 존재하는 일. 그저 나로 존재하는 일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자유롭고 싶어서, 나는 자꾸만 넓은 세상이 탐이 난다. 다양성은 결국 자유로움을 가져온다. 


서점에 가면 돈을 아껴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책과 현재의 나를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책과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책이 나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의외로 독서는 삶의 길을 명쾌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저것 들춰보고, 읽어가면서 나와 맞는 글들을 찾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내 삶의 길이 생기는 것이지. 결국 독서가 됐든 대화가 됐든 내 삶의 길을 구축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다.


여자라면 가슴과 엉덩이가 크고 허리가 잘록해야 몸매가 좋은 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다들 다이어트를 거론한다. 수영을 꾸준히 다녀 다양한 몸을 본 나는, 그런 모양보다는 꾸준히 운동하거나 혹은 타고나야만 가질 수 있는 근육 잡힌, 아주 탱탱한 살을 가진 몸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이 다이어트를 거론하던 말던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다양성을 접하고 본인의 기준들이 생기면 외부로부터의 기준에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로움은 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가 편하다. 스스로의 생각대로 사는 일. 결국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난 오늘도 독서를 하고,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하고, 심심하면 전시를 보고 여행을 한다. 각자의 결로 뻗어나가는 수많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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