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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 봄 Sep 17. 2024

이스오타 : 독수리 오형제





SI vs Solution


학원 수료 시점에서 여기저기 면접을 봐서 SI 한 곳, Solution 한곳에 합격하여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의 선배들이 개발자로 취업한 분들이 주위에 두세 명 밖에 없었다.


선배들에게 장단점을 물어보았다.


SI(System Integration)의 약자이며 시스템 통합/구축하는 일이다. 


회사 소속 정직원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다.


장점은 프로젝트 단위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 넘기 때문에 많은 개발 환경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많은 개발 툴에도 익숙에 질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단점은 회사에서 나의 경력을 뻥튀기하여 선임, 대리급으로 프로젝트에 투입시켜서 아무것도 케어하는 거 없이 무조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당시엔 SI라고 하면 "경력 뻥튀기해서 알아서 살아남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Solution은 말 그대로 자사 솔루션이 존재하며 한 회사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파견 없이 자사 솔루션으로 개발, 운영을 수행하는 일이다.


장점은 파견이 없고,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자사 설루션에 익숙해지면 업무적으로는 점점 편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자사 솔루션만 적응하다 보면 우물 안에 개구리가 된다 다양한 경험이 제한적이다.


시작 연봉은 SI는 2300만원, Solution은 1800만원 이였다.


개발자 첫 시작이기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학원에서 배운 거를 써먹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나는 밑바닥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Solution을 선택하였다.


현재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SI든 Solution이 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업종에 대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봉을 더 주는 곳에서 직접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한다.


적성과 업무구조에 안 맞으면 1년~3년 이든 년 단위 경력을 쌓고 이직하면 되는 부분이다.



삼고초려


나에게 대학을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기고 학원을 가자고 제안했던 선배도 면접을 봐서 SI 업체는 다르지만 Solution 업체는 같은 곳에 합격하였다.


혼자 가기 싫어서 선배와 같이 Solution 업체에 가자고 계속 술을 사주고 권유를 하였다.


아무래도 나보다 3살이나 많은 선배님에게 딱 세 번만 권유하기로 하고 계속 같이 가자고 설득을 하였다.


Solution 업체 면접을 볼 때 면접관으로 개발팀 대리/과장/차장/부장 네 분이 들어오셨는데 하하 호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때 이 좋은 분위기를 의심했어야 했다. 


세 번째 권유에 선배님도 나와 같은 Solution 업체에 가기로 하였다.



첫 월급


2007년 12월 첫 직장, 첫 출근 큰 프로젝트 하나를 마무리하는 단계인 것 같았다.


다들 열심히 산출물 작업을 해서 인쇄를 하였고 나와 선배는 부장님이 지시하는 데로 복사기 앞에서 대기하면서 출력되는 인쇄물에 펀치 구멍을 내서 두꺼운 바인더에 채워질 때까지 열심히 인쇄물을 끼어 넣었다.


산출물 바인더가 5권 정도 나온 것 같았다.


출근하자마자 사람들과 인사도 제대로 안 시키고 복사기 앞에서 죽치고 있는 게 나와 선배의 업무였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났다. 


첫 월급이 계좌로 들어왔다.


세금 떼고 127만 원 나는 너무 감사했다.


군대 전역하고 복학 준비한 3개월간 월마트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몇몇 친구들은 고기를 팔았다, 야채를 팔았다 했는데 타이밍도 야속하지 나는 리모델링 기간에 들어가서 추운 겨울에 마트에서 주는 롱패딩을 입고 주차장에서 집기만 들어서 날랐던 기억이 있다. 


갖 전역해서 체력이 좋았는데도 넓은 철판 위주로 나르다 보니 너무너무 힘들었었다. 


그때 한 달 월급으로 받았던 금액이 75만 원이었다.


와 한 달 동안 인쇄물만 바인더에 끼기만 했는데 127만 원을 준다고? 


역시 IT는 급여부터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나와 선배가 들어오는 시점에 이 회사 전 직원이 14명이었다는 거


한 회사의 전산소 개념의 개발팀이었다는 것도 


입사 당시 대리님 한 명, 과장님 한 명, 차장님 한 명, 부장님 한 명


그리고 신입 5명 나와 선배, 나보다 5달 빨리 온 두 명, 나보다 1년 빨리 온 한 명


신입 5명이 과장까지 진급하며 독수리 오형제가 되어, 회사가 망해갈 때까지 10년간 함께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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