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취미가 된 나에겐 토요일은 친구들과 라이딩, 일요일은 직장동료와 라이딩을 했었다.
고등학교 친구가 미니벨로에서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기변을 하였는데 미니벨로로 따라가기 너무 힘이 들었다.
직장동료인 형님이 옛날에 신문을 구독하면 주는 소위 말하는 철이 비(철로 된 MTB)에서 로드 사이클로 기변하면서 친구와 타는 토요일도, 직장동료와 타는 일요일도 미니벨로로 따라가기 너무 벅차고 오버 페이스를 하다 보니 3~4일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
그러다 결심했다.
"로드 사이클로 가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로드 사이클 세상은 브랜드도 많고 구동계 종류도 등급별로 천차만별이었다.
나는 열심히 정보 수집을 하다가 한 번에 카본 프레임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중급 로드라고 불리던 "리들리 오리온"이란 모델에 꽂혀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역시나 무모하게 서울 2호선 신정네거리역의 자전거 매장으로 가서 로드를 구매하고 타고 집으로 향했다.
길도 헤매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돌아가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집에는 도착하였다.
미니벨로 탈 때랑은 속도감과 변속감 모든 게 황홀했다.
사진에 물통 케이지에 공구 키트 통과 휴대용 펌프를 가지고 다닌 건 직장동료 형님이 로드 사이클은 산 첫날 라이딩에서 돌아가는 중 펑크가 나서 김포에서 계양까지 계속 걸어온 적이 있어서 미리 대비해야 할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로드 사이클을 타면서 져지와 클릿슈즈 적응에 들어갔다.
져지를 입는 게 조금은 민망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자전거 카페 글에서 "아무도 신경 안 써요"란 문장을 보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클릿슈즈를 신으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말에 바로 구매하여 연습을 시작했다.
클릿슈즈 적응은 "좌삼삼우삼삼"이라고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세 번 넘어져 봐야 클릿슈즈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서 정차 전에 발목을 튕겨서 클린을 뺄 수 있다고 했다.
나 또한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두 번은 넘어졌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면서 넘어질 수도 있다는 당연한 생각이 생겼던 계기였던 것 같다.
클릿슈즈를 끼면 보통 페달을 누르는 힘이 아닌 원심력으로 가기 때문에 종아리와 허벅지의 힘이 골고루 분산되는 느낌이 들면서 자전거와 한 몸이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로드 사이클을 타면서 "계양에서 여의도까지 전속력을 다하면 몇 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거리는 30km 정도였고 정말 무리하게 사람들을 추월하면서 평속 35를 유지하면서 미친 듯이 달렸었다.
여의도 여의나루역까지 도착했을 때 찍은 시간은 35분 남짓이었다.
원래는 두 번의 휴식 포인트가 있지만 정말 무리하게 사람들을 제끼면서 편 속을 유지하려 했고 목적지에 도착을 하니 "내가 뭐 하는 건가"란 생각 먼저 들었다.
자전거 타는 거 자체가 즐거웠지 로드 사이클 탄다고 앞에 사람들이 천천히 가면 짜증 섞인 말투로 "지나갈게요!!!"이러면서 지나갔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오버 페이스로 도착한 후 다시 계양으로 돌아갈 때 계속 다리에 쥐가 올라와서 중간에 멈춘 적도 많았다.
그리고 로드 사이클 타면서부터 라이딩 하다가 누군가가 추월하면 따라가서 추월하는 아주 나쁜 버릇도 생긴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겉멋 든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로드 사이클을 타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 거 마냥,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계양에서 반포대교까지 라이딩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간중간마다 사람들이 진입하는 구간이 있는데 앞으로 훅 들어오는 커플 자전거를 못 피하고 브레이크는 잡았지만 클릿슈즈를 못 빼서 그대로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뭐 자전거 타다가 넘어질 수도 있지~ 이런 생각이었지만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클릿슈즈를 벗고 양말을 벗고 보니 앞 크랭크 톱니에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찢겨 나갔다.
아킬레스건부터 위쪽까지 서너 곳이 찍힌 것 같은데 피가 철철 나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같이 라이딩을 간 직장동료 형님이 손수건으로 발목 전체를 꽉 묶어주고 돌아가는 길에 너무 아파서 끙끙거리며 돌아왔다.
병원을 가니 꿰맬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많이 부었다고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고 한 달 동안은 절뚝거리며 다녔다.
강제로 라이딩을 쉬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다.
자전거 타면서 정말 행복했던 순간은 미니벨로를 탈 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내가 속도에 욕심을 냈을까 타는 거 자체가 행복했었는데 처음 한강 자전거 도로로 나갔을 때 처음 보는 광경과 살랑살랑 페달을 굴리던 때가 행복했다는 걸 느꼈다.
한 달 후 로드 사이클을 봉인하고 미니벨로로 다시 돌아갔다.
취미는 내가 즐기고 행복해야 진정한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