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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 봄 Oct 25. 2024

늦게 배운 자전거 세상 : 시작



늦은 입문


요즘 예능 프로그램 중 "무쇠소녀단"을 재밌게 보고 있다.


출연진 중 유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처음 자전거를 배웠을 때가 생각이 나서 공감이 너무 간다.


나는 자전거를 29살에 입문하였다. 


어렸을 때 나에게 자전거는 공포 그 자체였다. 


외사촌형이 자전거를 알려주었는데 이해는 안가지만 내리막길에서 안장을 높게 올려 발끝도 땅에 안 닿는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보라고 하였다.


페달을 굴리기는커녕 내리막에서 속도가 붙으니 넘어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허둥지둥 대다가 하루가 다 가버리고 오히려 자전거에 대한 안 좋은 추억과 공포가 생겼던 것 같았다.


하지만 가끔 꿈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꿈을 종종 꾸면서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자전거를 타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12년 전 당시 29살 때 우연히 펜션에 놀러 간 적이 있다. 


펜션에 너무 일찍 도착하여 뭐 할 거 없나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빈폴형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앞바퀴는 크고 뒷바퀴는 작았다.


이상하게 저 자전거는 넘어져도 안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턱대고 자전거를 끌고 논길을 달려보았다.


시골 논길엔 아무도 없었고 타다가 넘어져도 민망할 일도 없어서 마음이 편안했다.


일부러 안장도 많이 내려서 발이 땅에 충분히 닿게 하고 발로 밀면서 가다가 좌우로 휘청거리면서 페달링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느꼈던 공포심은 사라지고 한 시간도 안 된 상태에서 감을 잡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역풍이 불었지만 바람이 내 온몸을 감싸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드디어 꿈에서만 타던 자전거를 현실에서 타게 되었다.


이렇게 내 나이 29살에 아무것도 모르는 자전거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스트라이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 막연히 자전거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특이한 자전거를 보게 되었다. 


삼각형 모양에 폴딩이 되는 신기한 자전거였다. 


입문하면서 넘어질 일도 많을 것이고 신상품을 사기보단 중고를 타면서 확실히 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스트라이다를 중고로 구입해서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에 대한 특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그저 내 눈에 이뻐 보여서 중고로 구매를 하였다. 


근처 공원에서 감을 익히려 하는데 조향성이 너무 민감했다. 


핸들을 살짝만 돌려도 휙휙 돌아가고 브레이크도 디스크 브레이크여서 급제동을 걸면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서 정말 급할 때 제동하면 앞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입문용 치곤 너무 민감한 자전거를 탔던 것 같다.


그래도 1년 정도 타면서 다섯 번은 넘어지고, 넘어질 것 같을 때 자전거를 집어던진 적도 상당히 많았다.


자전거에 대해 완벽하게 적응할 때쯤 서울 1호선 구일역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 안양천 합수부까지도 가보았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란 말과 같이 세상에 모든 자전거를 다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한창 사회생활도 하고 있으니 자전거를 구매할 수 있는 총알은 충분히 있었다.



티티카카 + 드롭 바 튜닝




자전거에 푹 빠져 있을 때 당시 나는 채용회사 개발자로 선릉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퇴사하는 시점에 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퇴사하는 날 자전거를 사서 타고 집으로 가자"였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하하하


퇴사하는 날, 근처 티티카카 판매점에 가서 원하는 자전거에 드롭 바로 튜닝을 해서 헬멧도 사고 선릉에서 한강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집으로 출발하였다. 


드롭 바 궁금해서 타보니 자세도 낮아지고 시원시원하게 한강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였다.


그러던 중 김포 쪽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자전거 길만 있을 줄 알았는데 엄청 어둡고 주위에는 큰 물류 창고들만 있었다.


사람도 없고 당황한 와중에 내리막에서 뒷바퀴가 슬립이 나면서 미끄러지면서 아스팔트에 데굴데굴 굴렀다.


내 뒤에 오던 자가용 타던 분들이 창문을 내리면서 "괜찮아요?! 구급차 불러줄까요?"라고 하였는데, 정신도 없고 너무 아파서 바닥에서 끙끙거리고만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드롭 바는 다 갈리고 브레이크 잡는 손잡이도 방향이 비틀어지고 변속 케이블도 끊어지고 체인도 빠져있었다.


체인을 끼고 끊어진 변속 케이블은 임시방편으로 묶어서 굴러가게 만들고, 차들이 다닌 길로 대책 없이 일단 달려갔다.


다행히 근처 김포공항 역 전철역이 보였고 평일에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순 없지만 팔꿈치랑 무릎에 피가 질질 나고 있어서 역무원이 고개를 절레절레하더니 끄덕끄덕하면서 들어가게 허락해 주었다.


그때 생각하면 누가 봐도 자전거 타다 크게 넘어진 사람처럼 보였던 것 같다. 


만신창이로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한테 등짝을 세게 맞았다. 


다음날 부천 쪽 브랜드 판매점에서 자전거를 수리하고 고등학교 친구들 몇몇을 꼬셔서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친구들은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는데 미니벨로를 타는 나로서는 쫓아가기가 너무 버거웠다.


속도에 대한 갈증을 느끼면서 어느 순간 나는 쫄쫄이(저지)를 입고, 클릿슈즈를 신고, 내 손엔 로드 사이클이 들려 있었다. (다음 편 계속)


나와 같이 하고 싶던 일이나 즐기는 모습이 꿈에서 그려진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운명처럼 이루어지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고 오히려 데자뷰가 된다.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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